이상휼 제2사회부 기자


 

   
 

동두천에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이나 특혜를 받는 사람, 오만방자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향해 비꼬는 말이 따로 있다.
"지들이 미군이야?"
이 조그만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수십 년간의 미군 주둔으로 그에 따른 상권과 문화적 저변을 형성해왔으며, 때때로 끔찍한 미군 범죄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미군 범죄에 대해서는 감내하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바로 아주 탄력적(?)인 소파(SOFA· 주한미군지위협정) 때문이다.
이 소파가 버티고 있기에 주한 미군은 강력 범죄를 저질러도 부대 안으로만 들어가면 한국경찰의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미군 측이 신병 처리를 진행한다.
경찰이 현행범으로 단 시간에 체포하지 않는 이상 구속수사를 진행할 수가 없도록 조치해놓은 것이 소파협정이다.

동두천에서 주한미군에 의한 성범죄가 또 다시 발생했고 경찰은 K(21) 이병을 출석시켜 조사한 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K 이병의 신병을 미군 헌병대에 넘겼다.
경찰은 국회 행안위 국감을 앞둔 상황에서 이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꺼려 일부 언론에 보도유예를 요청(경기북부지역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보면 미군범죄가 얼마나 많이 벌어지고 있는지, 또 그럴 때마다 경찰이 매번 보도를 막으려 얼마나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지를 체감하게 된다)했으나 지난달 29일 미2사단장과 미 국무부가 사과문을 발표함과 동시에 세상에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지 하루 만에 K 이병에 대해 추가 조사한 후 다음 날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법원은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휴일 당직 판사가 아니라 영장전담 판사가 사건을 담당했다.
오연수 판사는 1일 "사안이 중대해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최근 도가니 사건, 저축은행 사건 등 우리 사회의 굵직한 이슈의 진행 과정을 눈여겨보면 알 수 있듯이 국민들의 관심과 자정노력이 중대한 사안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해마다 벌어지는 미군 범죄의 근절을 위해서 한국정부와 미국당국은 불평등한 소파 개정을 서둘러야 하며, 국민들은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