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의 역사/소피아 로젠펠드 지음/부글/424쪽, 1만7천원


 

   
 

<상식의 역사>(소피아 로젠펠드·부글)는 영국 명예혁명을 전후한 때부터 프랑스의 계몽운동을 거쳐 현재의 포퓰리즘까지 350년에 걸쳐 상식이 정치적, 문화적 아이디어로 세계사에 미친 영향을 더듬는 책이다.

17세기 영국 보수주의 철학자들은 회의주의와 무신론을 타파하기 위해 상식을 동원했다. 반면 유럽에서는 주로 진보주의 철학자들이 현상 타파를 위해 상식을 내걸었다. 또 토머스 페인을 비롯한 급진적 사상가들은 상식을 외쳐 미국혁명에 불을 질렀고, 그 20년 뒤 프랑스에서는 혁명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상식을 내걸고 혁명을 공격했다.

이렇듯 상식은 좌파와 우파 할 것 없이 어느 쪽에서든 반대자들을 공격하는 무기로 자주 쓰였다.
보수주의자들은 기존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급진주의자들은 현재의 정치질서를 뒤엎거나 다시 세우기 위해서 상식을 외쳤다. 중도파의 경우에는 상식을 잘 이용하지 않았고 이용했다 하더라도 성공을 거둔 예가 별로 없다.

그렇다면 상식이란 무엇인가? 이 책의 저자는 현실의 일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매일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판단을 간단히 내리도록 해주는 인간의 기본적인 재능, 또는 이 기본적인 재능에서 나온, 자명하면서도 폭넓게 공유되는 결론들을 상식이라고 한다.

상식은 보편적이고 영원하며 반박의 대상이 되지도 않고 또 어떠한 이데올로기에도 초연한 것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사람들의 가슴 깊은 곳에 묻혀 있는 일종의 무오류 지혜 같은 것이 떠오르는 것이다.
바로 그 점에 상식의 파워가 있다. 누구라도 상식을 들고 나오면 그 사람의 경쟁자는 상식의 적이 되고 만다. 상식이라는 개념이 '최고의 정치적 무기'로 등장한 이후의 역사를 살펴보면 꼭 그렇다. 상식을 내거는 데 좌파와 우파가 따로 없었다.

상식이라는 개념의 역사는 B.C.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인간은 5가지 기본적인 감각을 타고난다고 주장했다. 시각과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이 그것이다. 그것 외에 중요한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이 감각들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에 '공통감각'이 있다는 것이다. 이 공통감각이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상식이다.

상식의 문제는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는 데 있는 이 시대에 이 책은 상식으로 위장된 편견과 포퓰리즘의 역사를 풀어내고 있다. 424쪽, 1만7천원.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