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위안 푸 


 

   
 

지난 두 주 동안 잇따라 둔중한 주제의 소설을 소개했다. 오늘은 가볍게 교양서적 한권을 소개하련다. 책에 경중을 따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어쨌든 책이란 마음의 양식이자 지식의 보고이잖은가. 그래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일부러 눈이 빠지는 책보다는 쉽게 풀이된 책을 읽는 게 현명한 독서법이다.

독자들은 어려서부터 "맹자 왈 공자 왈" 하는 소리를 듣고 살아왔다. 그리고 무슨 유행병인지 '지랄병'인지 수천 년 전 중국 대륙을 유랑했던 공자의 유가사상이 우리나라에서도 재조명되고 있다. 한국의 '노땅'들은 배운 게 "공자 왈 맹자 왈" 뿐인지 신문이나 잡지에 글 좀 쓰라고 하면 죄다 "공자 왈 맹자 왈"로 시작한다. 심지어는 결혼식 주례사에도 "공자 왈 맹자 왈"은 빠지지 않는다.

자, 오늘 소개할 책은 <법가, 절대권력의 기술>(정위안 푸·돌베개)이란 책이다. 법가(法家)? 판사나 검사, 변호사를 말하는 것인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법가란 앞서 "공자 왈 맹자 왈" 하는 중국의 유교주의 철학파들과 대척점에 서 있던 법치주의 철학자들을 말한다. 고등학생 시절 국민윤리 시간에 들어봤음직도 하다.

그런데 '법가' 철학자들이 누가 있는지 독자들 머릿속에 뚜렷이 정리가 안 될 것이다. 독자들의 머리가 나빠서 그런 게 아니고 당시 국민윤리 교과서가 허무맹랑했고 그걸 가르치는 국민윤리 교사들이 터무니없었기 때문이다.

본 기자 '고딩' 때 국민윤리 선생께서는 마르크스레닌주의에 대해선 단 한 줄도 가르쳐준 적이 없으면서 입에 게거품을 물고 비난만 했던 분인데. 술을 잡순 것처럼 벗겨진 앞이마가 붉어지면서 말이다. 중국의 유가나 법가 철학자들을 소개할 때도 핵심에서 비껴나 딴죽만 짚는 소리만 지껄였다. 아, 불행했던 내 청춘시절이여!

법가? 쉽게 설명하겠다. '고딩' 때 암기위주 스타일로 돌아가서 말하자면 밑줄 쫙 긋고 별표 다섯 개 그려라!

법가 철학의 주요 논지는 권력을 군주에게 집중시켜 절대권력을 갖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주는 국가를 사회 전회 전반에 걸쳐 지배해야 하는데 법(法)을 이용해 군주가 백성을 통치하고 형벌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仁), 의(義), 예(禮), 덕(德)이니 하는 관념적인 소리로 나라와 백성을 다스리자고 한 유가와는 전혀 다른 철학이다. 참, 법가든 유가든 철학적 관념에 머문 것이 아니라 통치 철학이자 통치 체계였다는 게 골자다. 뭔 말인지 이해 못하시는 분은 본 기자에게 전화나 이메일로 문의하시라.

그렇다면 법가 철학이 형성된 시대적 배경은 무엇일까? 혹자들은 무시무시한 형벌로 국가를 지배하고 백성을 통치했던 법가보다 인, 의, 예, 덕을 중시했던 유가가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당대의 현실을 살펴보면 꼭 그런 것만 아니다. 전란이 끊이지 않았던 중국의 전국시대에 나라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선 국력과 군주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통치철학인 법가의 등장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본 기자도 이 말에 동의한다.

이제 주요 법가 사상가들은 어느 분들인지 살펴본다. 법가의 기원을 이룬 사람은 제나라 때 관중(管仲)이다. 관중이 누구냐고? 역시 우리나라 학교 교육 엉망이다. '관포지교'라는 말은 들어봤는가? 바로 고사성어에 나오는 분이시다. 그리고 그 유명한 중국의 법전 <법경>을 편찬한 이회 선생 되겠다. 고대 중국의 위대한 전략가였던 손자와 함께 거론되는 인물인 오기도 법가 사상가 중의 한명이다. 자신이 만든 법 때문에 죽음을 당한 상앙과 진시황제 때 분서갱유를 주도한 이사와 한비도 법가이다.

다시 한 번 요약하면, 군주가 법을 이용해 권력을 강화하고, 이 권력을 이용해 시스템을 잘 갖춰 놓으면 그 후로는 사회 전체가 저절로 잘 굴러가게 된다는 것이 법가의 계획이었다. 그들이 디자인하고 실제로 실현해내기도 했던 그것은 바로 군주 한 사람을 중심으로 국가가 일사불란하게 돌아가는 전제적 사회였다. 법가 사상가들이 남긴 아이디어는,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야심 많은 군주에게 언제나 관심을 끄는 구상일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중국 철학을 이해하는데 정말 쉽고 간결한 지침서이니 꼭 한번 읽어보시길.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