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현장에서 ▧


 

   
 

서로 다른 주장이 대립할 때 건강이라는 말 자체는 무상급식처럼 민감하다.
'쓰기 나름'이라는 것인데 의약외품 슈퍼판매 허용을 두고 빚어지는 갈등이 꼭 그렇다.
두 달 전 보건복지부는 박카스와 까스 활명수, 마데카솔 등 가정 상비약으로 불리는 것들을 의약외품으로 분류해 슈퍼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약사회의 반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의견이 갈렸지만 결국 시행됐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작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는 팔고 있지 않고 약사회의 반대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찬반 양측 모두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는 대의를 갖고 주장을 펼치고 있다.

찬성하는 이들은 가정 상비약이기 때문에 언제든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부가 약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한다.

반면 반대하는 측은 이른바 의약외품의 슈퍼 판매 허용이 약의 오·남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반대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최근에는 의약외품 슈퍼 판매가 '국민의 건강을 죽이는 일'이라는 섬뜩한 광고 문구도 나왔다.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에는 대형 편의점 업계와 제약회사가 마진 분배율을 두고 이견을 보이는 등 산 넘어 산이다.

이러는 사이 애꿎은 시민들과 일반 소매점 사이에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한 시민은 "편의점에서도 약을 살 수 있다고 해서 갔는 데 없었다. 아무런 설명도 못 듣고 그냥 안 판다고만 해서 헛걸음만 했다"며 불쾌해했고, 한 편의점주는 "본사에서 제약회사와 어떤 논의가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방침에 따라 움직이는 건데 아무 얘기가 없어서 우리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시행 두 달이 지났지만 시민들은 언제쯤 슈퍼에서 약을 살 수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역내 편의점들은 본사의 방침만을 기다리고 있다.

서로를 '국민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몰고 가는 현 시점에선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속내를 열고 '국민 건강을 위한' 열린 토론이 필요할 것 같다. /강신일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