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박문수 등 역사 속'비주류'5명 삶·사상 재조명


 

   
 

'대중을 사로잡은 역사 속 비주류의 목소리'라는 다소 긴 부제를 달고 있는 <언더그라운드 슈퍼스타>(동녘)는 우리 역사 속에서 다른 세상을 꿈꿔왔던 '루저', 비주류들의 삶과 사상을 조명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이재유, 최제우, 박문수, 망이·망소이, 원효 다섯 명은 불평등을 거부하고 지친 민중의 일상에 작은 희망을 던져준 이들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인물들은 부당한 역사에 대한 반항이든, 자신을 대변해준다는 동질감이든 대중이 원하는 무언가를 대신해줄 능력이 있는 역사 속 슈퍼스타들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민중의 삶은 고달프고 절망적이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삶을 꾸리는 농민들의 꿈을 빼앗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들은 기존 가치와 질서를 부정하고, 부당한 지배 현실을 바꾸려 했다는 의미에서 비주류이며, 대중의 열렬한 환호를 받거나 대중에게 동경과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다는 의미에서 스타였다. 꿈을 잃고 헤매던 민중들에게는 무엇보다 지금하고는 다르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이 필요했을 거다.
이재유는 식민지 시기 사회주의 혁명가로 활동하다가 일제의 감옥에서 옥사한 비운의 지식인이었다. 두 번의 탈옥과 체포라는 극적인 사건을 통해 당시 신문의 전면을 여러 차례 장식하면서 일제에 맞서는 혁명가의 극적인 이야기를 식민지 민중에게 제공했다는 점에서 스타성을 찾을 수 있다.
또 동학의 창시자인 최제우가 깨달음을 얻고 그 깨달음이 민중에게 전파되는 상황을 충실히 기술하고 있다. 이 글의 초점은 동학이라는 종교에 있지 않다. 그것보다는 당시 많은 백성들에게 모든 사람이 대등하고 평등하여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가르침이 얼마나 큰 감동을 주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암행어사 박문수는 너무나 유명하다. 그런데 전설로만 남아있는 실제 박문수의 삶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박문수의 가정 배경과 관직 생활 그리고 당시의 정치적 상황 등 역사적 사실을 요령 있게 전하고 있다. 나아가 어사 박문수 이야기가 백성들 사이에서 꾸준히 퍼지고 때로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왜 박문수가 '언더그라운드 슈퍼스타'가 될 수밖에 없는지 보여준다.
고려시대 천민 반란 운동의 지도자로 교과서에 만적과 함께 언급되고 있는 망이·망소이 형제. 망이·망소이의 난은 지역 자체에 등급을 매겨 지배하던 고려의 지방 지배체제에 대한 반감과 무신란을 통해 정권을 잡은 무신들이 큰 변혁을 이루어 내지 못하고, 기존 구질서를 답습하던 시기에 일어났다. 고려 사회라는 전체적인 맥락 안에서 망이·망소이의 난을 접근한다.
'나무아미타불'만 외우면 누구나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원효의 가르침, 이 단순한 가르침에 어떤 큰 뜻이 담겨 있는지를 원효의 삶을 통해 설명한다. 원효가 스님이면서 동시에 교학의 대가이기도 했다는 점이야말로 원효가 저잣거리로 나설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덧붙인다. 해골 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원효 설화의 진위도 알게 될 것이다. 232쪽, 1만3천원.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