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맞은 성남 모란시장


 

   
▲ 생선가게 상인들이 손님을 기다리며 생선을 정리하고 있다.

올 여름 지리한 장마가 지나가고 최근 늦더위가 도심을 달구다 천고마비의 계절답게 하늘은 높고 푸르름을 드러냈다. 민족 최대 명절인 중추절을 일주일 남짓 앞두고 지난 4일 전국 최대 민속5일장인 성남 모란민속5일장을 찾았다. 매 4·9일 장이 서는 날이면 어김없이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분주하다. 평소 장날 최대 8만~10만여 명이 찾는 이곳은 이날 15만명 넘게 장을 찾았다. 도시 근교 시골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여느 5일장과는 달리 성남 모란시장은 서울에 근접한 성남 도심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가장 좋다는 평이다. 성남동 대원천을 복개한 공터 1만2천200㎡의 부지에 250여 개의 파라솔과 800여 개의 좌판이 들어서 장관을 연출한다. 지난 1980년 초반부터 명물시장으로 불린 모란장의 규모가 가히 짐작이 간다. 지하철 8호선 모란역 5번 출구를 빠져나오면 시장 입구까지 인도에 노점상들이 쭉 늘어서 있다. 채소에서부터 무좀약, 도장파는 아저씨, 서리태콩을 고르는 할머니까지 시장 입구로 가는 시간마저 길게 느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 지난 4일 성남모란시장을 방문한 김문수 도지사가 고추를 구입하러 온 시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장날 추석 장보기

중추절을 앞두고 모란5일장은 미리 제수용품 등을 구입하려는 인파로 가득했다.
최근 물가가 크게 올라 손님은 조금이라도 싸게 구입하려고 하지만 예전처럼 덤이 넘치는 후한 분위기는 아니였다.
밤과 대추를 파는 곳에서 50대 남자가 '수입산 아니냐'고 말을 건네자 '여긴 수입은 팔지도 않고 취급도 않는다'고 잘라 말하는 주인 아저씨의 단호한 말에 손님은 약간의 덤을 받고 두 봉지의 밤을 구입해 어디론가 향했다.
"통로가 너무 좁지 않냐"는 질문에 이곳에서 20년간 어묵과 국수 재료를 팔아온 50대 중반의 아저씨는 "통로가 넓으면 그냥 지나치는 손님이 많다"며 "좁아야 한번이라도 눈길을 받을 수 있지 않느냐"고 답했다.
아동복 코너 상인 아주머니로부터 따뜻한 커피 한잔을 건네 받으며 "요즘 경기가 정말 좋지 않죠?"라고 물었다. 그러자 "모란장도 옛날 같지 않고 올 초반보다 매출이 2배 이상 떨어져 생활이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며 "내일 여주장에서 많이 팔았으면 좋겠다"고 말을 받아줬다.
지난 여름 폭우와 긴 장마로 인해 고추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엄청 비싸졌다. 지난해 600g(1근)에 1만5천원 하던 상품은 2만5천원 정도로 올랐다. 그래도 김치는 담가야 하기 때문에 고추를 구입해야 한단다. 대신 다른 품목을 줄여야만 한다고 말한다.
이날 김문수 경기지사가 생활물가안정대책 차원에서 성남 모란시장을 방문했다. 김 지사는 이곳 저곳을 다니며 상인들과 제수용품을 구입하러 나온 시민들을 만나 현장 물가를 체크했다. 시장 곳곳을 다닌 김 지사는 시장 복판에 위치한 음식부에서 수제 만두를 넣은 5천원하는 칼국수 한그릇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모란장 구석구석 찾는 재미 쏠쏠

장날의 모란장은 허가된 장터에 고정된 자리를 가진 상인회 회원들과 통행로 주변에는 자리가 없는 노점들이 상행위를 하고 있다. 상설 모란시장 주변 골목에는 소량의 농산물을 팔러 나온 재배농들이 자리를 잡는다.
가금류 등을 취급하는 상설 점포들은 모란장의 북측면과 모란장 제일 안쪽에 위치해 있다.
허가된 장터는 상인회의 13개 부서에 따라 정확히 13개 구역으로 구분되는데 각 부서별 회원수는 화훼부 16명, 잡곡부 77명, 약초부 40명, 의류부 143명, 신발부 18명, 잡화부 88명, 생선부 92명, 야채부 109명, 음식부 40명, 애견부 50명, 기타부 171명, 고추부(소매) 50명, 고추부(도매) 25명, 가금부 32명 등 총 953명으로 구성돼 있다.
전철이나 버스에서 내려 시장입구에 들어서면 화훼부가 맨 처음으로 시야에 들어온다.
잡곡부는 쌀·보리·콩 등 여러 가지 잡곡이, 약초부는 굼벵이·지네·인삼 등 온갖 약재가 거래되고 있다. 약초부의 경우 대개 각 장을 순회하면서 구입하거나 장사를 하지 않는 날 산지에 가서 직접 구입한다. 여기에 의류부·신발부·잡화부·생선부 등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모란장이 언제 생겼느냐는 것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나 1960년대 초반부터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됐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모란시장은 1961년 자녀들의 교육문제와 주민들의 생필품 문제 등 생활여건이 조성되지 않자 당시 광주 군수였던 예비역 육군대령 출신 김창숙 씨가 공직생활을 그만두고 재향군인 개척단으로 현재의 모란시장을 개척했다는 것이 보편적인 의견이다.
 

   
▲ 성남 모란민속5일장 전경. 1만2천200㎡의 부지에 250여 개 파라솔과 800여 개좌판이 늘어서 있다. 지난 4일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열린 모란장에 제수용품을 마련하기 위해 15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2014년 모란장 대변신 기대

성남시는 오는 2014년까지 현재 위치에서 인근 성남동 4747번지(현 시장 남쪽)로 모란시장을 이전해 장날에는 세계적 수준의 명품시장으로, 장날이 아닌 날에는 누구나 즐겨 찾을 수 있는 차별화된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1천250억원을 들여 2만2천575㎡(현재보다 1만375㎡ 증면) 규모로 현대식으로 정비해 전통재래시장의 보존과 전통민속문화 활성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시는 2010년 2월 모란민속5일장 디자인공모전을 개최했으며 같은해 12월 5일장 활성화 추진용역 실시, 지난 4월 중소기업청에 국·도비 지원 관련 규정 개정을 건의했다. 또한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해당 부지에 대해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요청해 놓고 있다. 아울러 LH 측에 조성원가로 부지를 공급해 줄 것을 협의하고 있다.

   
▲ "뻥이요~"추억의 뻥튀기 장수가 명절 분위기를 한껏 돋우고 있다.

/글·사진=성남 김대성기자 sd1919@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