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인, 자전거를 말하다>-김병만 

한가위다. 흔히 설이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로 알고 있는 분들이 계신데, 사실 추석이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이다. 한민족 모두가 이날만큼은 즐겁게 보내야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명절 증후군'이란 말이 있듯이 여성들은 남성중심적인 가족관계의 멍에에 묶여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을 당한다. 본 기자는 이제는 여성을 혹사시키는 이런 전통을 끊어야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그래서 이번 추석도 영 못마땅하다.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조상들에게 예를 갖추고 싶으면 그 후손임을 자부하는 남성들이 휴가를 내고 장을 보고 전을 부치고 차례 상을 차려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아니, 먹고 살기가 바빠서 그럴 시간이 없다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농경사회, 씨족사회의 관습과 마초주의를 과감하게 끊어버려야 한다.

죄송하다. 책을 소개하는 칼럼에 잡소리를 늘어놔서. 오늘 소개할 책은 추석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자전거'에 대한 책이다. 뭐, 추석 연휴기간동안 기름진 음식을 먹고 방구석에서 뒹굴뒹굴할 독자들의 건강을 생각해서 자전거를 타며 운동 좀 하자는 얘기다.

'달인'이라는 개그코너로 유명한 개그맨 김병만이 쓴 <달인, 자전거를 말하다>라는 책을 이번 주 '책과 사람'에서 소개한다. 이 책은 독서용이라기보다는 그냥 심심풀이 땅콩으로 훑어보는 잡지와 같은 책이라고 평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자전거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겐 아주 유용한 지침서이기도 하다.

본 기자, 한때 자전거에 미친 적이 있다. 자동차를 집에 세워두고 매일 왕복 60㎞가 넘는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그야말로 산 넘고 물 건너던 시절이 있었다. 휴일에는 김포평야를 가로지르고 강화도를 에둘러 달렸다. 크고 작은 교통사고도 여러 번 당해 병원에 입원한 적이 두 번이나 되고 저승사자를 뵌 적도 세 번이나 된다. 팔, 다리, 어깨가 만신창이가 되기도 했다. '마눌님'로부터 한번만 더 자전거를 타면 이혼하겠다는 협박도 받았다.

하지만 본 기자, 자전거 안장에서 결코 내려올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자전거는 내 인생의 고독과 분노를 잊게 해주며 나를 위로해주던 벗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겨울, 천막에서 야영하는 취미(?)가 생겨서 자전거를 멀리하게 됐다. 노숙과도 비슷한, 그 험난한 천막생활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자전거 타기로 체력을 끌어올렸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달인, 자전거를 말하다>의 저자 개그맨 김병만은 무명 시절이던 10년 전부터 방송국을 자전거로 출퇴근 해온 열혈 자전거 마니아다. 지금은 최고의 개그맨이 되었지만 그도 한때는 자전거를 타며 고독을 견뎌냈던 것이다. 이 책은 자전거에 관한 종합편이라 할 정도로 초보들에 해당하는 내용에서부터 산악자전거를 타는 방법, 세세한 정비 요령을 재밌는 글과 상세한 화보로 설명하고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자전거 관련 책들이 대부분 여행 관련이나 정비 등 한쪽에 치우쳐있는데, 이 책은 모든 내용들이 꽉 차있다. 또한 오랜 무명시절을 겪었던 개그맨 김병만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역시 자전거의 제 맛을 아는 사람이다. 자전거는 운동기구 혹은 교통수단만이 아니다. 자전거는 자전거 라이더의 인격이 즉 삶이 녹아있는데, 김병만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이 책에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거 너무 과찬을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어쨌든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방구석에서만 뒹굴지 말고 자전거를 끌고 가을 길을 달려보자. 본 기자도 오랫동안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숨죽이고 있는 자전거를 다시 꺼내 기름칠을 하고 가을평야를 달려볼란다.
참, 자전거를 탈 땐 반드시 헬멧과 장갑 착용은 필수다. 주머니 사정이 괜찮다면 고글과 머프(다용도 두건·마스크)도 사라. 본 기자 가을 길을 달리다가 잠자리가 입속에 들어간 적도 있다.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