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방식 개편 논란
   
▲ 지난해'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천 서구에서 한 시민이 시교육감 후보자들의 선거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시교육감 선거에서 모두 7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인천일보 자료사진


직선제
시민의견 반영 상향식 개혁 가능
인지도 미미 '묻지마 투표' 우려
선거비용 '전액 본인 마련' 부담


임명·러닝메이트제
지자체장 연계 … 정책 시너지 효과
주민 대표성 확립 어려워


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지면서 현행 교육감 선거방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인 현재 선거방식을 변경하자는 여론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자치를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행 선거방식의 문제점과 논의과정을 통해 지역 교육대통령인 교육감 선출방식을 짚어본다.
 

   
 



▲교육감 선거 왜 문제인가
현행 교육감 선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당 추천제를 기반으로 한 시장과 도지사를 뽑는 광역단체장과는 달리 후보들의 인지도가 떨어져 이른바 '묻지마 투표'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투표용지의 기재 순번을 추첨으로 정하기 때문에 '기호 1, 2번'처럼 투표용지 위쪽에 이름을 올리는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들 사이에선 '번호만 잘 뽑으면 당선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이는 곧 후보 난립으로 이어졌고 선거과정에서 정책과 비전을 알리기 보다는 이름과 기호를 알리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문제가 됐던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는 보수 성향의 후보 6명과 진보 성향의 후보 2명이 후보등록을 했고 진보성향의 박명기 후보는 투표를 2주 앞두고 단일화에 합의해 후보를 사퇴한 바 있다.

교육감 선거의 승패가 정책이나 인물 대결 대신 후보 단일화 성공 여부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예상되자 보수와 진보 양 진영 모두 후보 단일화가 추진됐고 이 과정에서 정치적 외압과 금품 수수 등의 잡음이 불거져 나왔다는 지적이다.

인천시교육감 선거에서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보수 성향 후보의 난립을 막기 위해 특정 후보에게 불출마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치성을 두지 않겠다는 의도에 따라 정당공천 배제 원칙을 천명한 것도 문제다.

겉으로는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고 있지만 선거과정에서 정치권과 각종 사회단체의 개입이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인천에서는 '반전교조'를 표방한 보수단체가 보수층으로 분류된 후보들을 대상으로 교육감 선거 단일화를 진행하다 사실상 무산돼 논란을 빚기도 했다.

실제 후보들은 단일화와 관계없이 대부분 출마했다.

또 교육감의 법적 선거비용 한도액이 서울 39억원, 인천 14억원, 경기도 41억원에 달하는 등 고비용 문제도 지적돼 왔다.

교육감 후보들은 정당 지원을 받는 국회의원이나 시·도지사, 구청장 후보와 달리 '개인 돈'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일정 유효 투표 이상 득표한 후보에게 선거비를 돌려주지만 100% 보전해주지 않는다. 더구나 선거가 끝난 후에 돌려주기 때문에 선거 때에는 후보 스스로 수억~수십억원의 선거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평생 교육에만 종사해 온 후보들이 감당하기에는 선거비용이 지나치게 많다보니 뜻있고 유능한 후보들이 출마 자체를 꺼리기도 하고 선거 비용과 관련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선거에서 나근형 인천시교육감은 총 7억894만원을 선거계좌에 입금했고 이중 6억7천412만원을 선거비로 지출했다고 선거비용내역 보고서를 통해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했다.

나 교육감 선거비 전부를 자녀들로부터 빌리거나 자신의 재산으로 마련했다고 신고해 일부 단체로부터 선거비 모금 의혹을 사고 있다.
 

   
 


▲선거제도 바뀌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시장과 교육감이 짝을 이뤄 선거를 치르는 러닝메이트제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인 정두언 의원은 "교육감 직선제는 여야 합의로 뜯어고쳐야 한다"며 "러닝메이트제로 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당정협의를 거쳐 내년 4월 세종시 교육감 선거를 시작으로 '후보 공동등록제'를 추진키로 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보도자료를 통해 "후보 공동등록제가 후보 난립을 막는 장점은 있으나 본질적이고 적극적은 대안은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교육감을 어떻게 뽑느냐도 중요하지만 입후보자의 자격과 자질 또한 중요하다"며 "선출 방식에만 초점을 맞추는 단편적인 접근이 아닌 후보의 자질 검증과 자격 강화방안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권이 교육계와 충분한 협의 없이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없는 후보 공동등록제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선출 방식, 입후보 자격, 자질 검증, 교육위원회 독립 등 교육자치 전반에 걸친 총체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교총은 강조했다.

교총은 "앞으로 18만 회원을 대상으로 교육감 선거제도 설문조사를 시작으로 교육계 여론 수렴을 거쳐 교육자치 정신을 살리면서도 교육의 정치예속화를 방지하는 바람직한 대안을 마련·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단법인 좋은교사운동도 성명서를 내고 "교육감 직선제는 여러 문제점을 갖고 있음에도 '상향식 교육개혁 경험' 등 많은 기여를 했다"며 "성급한 제도 개편을 추진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최근 대안으로 제시되는 공동등록제, 러닝메이트제, 시도지사가 의회 동의를 얻어 임명하는 방안은 교육감 후보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 강화를 통해 선거 비용을 절감하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교육이 정당의 이해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하지만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헌법적 원칙"이라며 "성급하게 교육감을 정당의 지배 하에 두는 제도 개편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선거제도 논의 어디까지 왔나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2억원 전달 인정 이후 정치권과 일부 교육단체들은 교육감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사단법인 좋은교사운동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교육감 및 교육의원을 광역의회의 동의를 얻어 광역자치단체의 장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개정하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같은 달 31일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이 시·도지사와 시·도 교육감 후보의 러닝메이트제를 골자로 하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교육단체 가운데서는 한국교총이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 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섰고, 교과부는 이날 이주호 장관이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공동등록제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교육감 직선제 폐지 혹은 개선안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것은 현 교육감 직선제가 갖고 있는 문제점 때문이다.

현행 교육감 직선제가 이러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동시에 그 이전 임명제나 간선제가 갖지 못했던 장점을 통해 우리 교육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두 차례의 교육감 선거를 통해 투표권자인 시민들의 의견이 교육정책에 투영돼 무상급식, 학생인권 등의 교육의제들이 하향식 교육개혁이 아닌 상향식 교육개혁의 과정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 3가지 안의 공통점은 교육감 후보에 대한 정치적 혹은 정당적 지원과 영향력 강화를 통해 교육감 선거 비용을 대폭 절감하겠다는 장치를 담고 있다. 교육감 선거의 비용과 교육에 대한 정당과 정치의 영향력 강화를 맞바꾼 것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3가지 교육감 선거 개선안 중 어느 안으로 하더라도 교육에 대한 정당의 영향력과 지배력은 매우 커지게 될 것은 자명하다.

이럴 경우 교육이 정당의 이해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고 장기적인 교육적 원칙이 아니라 단기적인 포퓰리즘의 영향을 강하게 받게 될 수밖에 없다는 단점도 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교육에 대한 주민들의 의사 직접 반영과 선거비용 절감과 깨끗한 선거 원칙과 함께 반드시 함께 지켜져야 할 중요한 원칙이라는 것이 교육관계자들의 평가다.

한편 교과부는 새롭게 출발하는 세종특별자치시의 교육감 선거를 공동등록제로 시행하겠다는 안을 발표했다.

/김칭우기자 chingw@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