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개봉한 화제작 <숨>(감독 함경록)은 평범한 삶을 꿈꾸는 특별한 여자의 이야기다.

로테르담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 <숨>은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국내 영화팬들에게 첫선을 보인 후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에서 버터플라이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의 미래를 이끌어갈 신선한 발견으로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어린 시절부터 장애인 복지시설에 들어가 자란 수희. 그녀에게 세상이란 시설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설 내에서는 비교적 장애가 심하지 않은 편에 속해 일도 하고 다른 장애인들도 돌보는 수희는 함께 생활하고 있는 민수와 연인 사이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삶을 꿈꾸는 그녀의 바람은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수희는 민수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고 그녀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변하기 시작한다.

과연 수희는 자신과 사랑하는 이, 또 그들의 결실을 모두 지켜낼 수 있을까?

사회의 편견과 통념, 불편한 시선 속에 갇힌 장애인이라는 낙인, 하지만 다른 이들과 똑 같은 사랑, 자유, 의지, 고통 그리고 욕망을 지닌 한 여자의 이야기가 아픔과 희망을 동시에 안고 찾아온다.

<숨>은 장애인시설에서 벌어졌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성폭력과 보조금 횡령 등의 범죄와 비리를 전면에 내세워 법과 인권 등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지 않다.

영화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그 무시무시한 일들이 벌어지는 시설 안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들 그 자체이다.


그들이 어떤 생각과 어떤 바람과 꿈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하여 영화 속 카메라의 시선은 주인공 수희의 눈높이를 조용하고도 끈질기게 따라잡고 있다.

사랑하고 사랑 받고 싶었던, 평범하고 소박한 행복을 꿈꾸었던 한 여자의 이야기가 그녀의 힘겹고 거친 숨결,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빛, 어린 새의 날갯짓 같은 서투른 몸짓 속에서 실타래처럼 조금씩 풀어져 나온다.

그리고 이런 특별한 경험을 가능하게 한,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이가 바로 여주인공 박지원이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숨>은 그냥 이전에도 있었던 장애인들을 다룬 그저그런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 장애인으로서 용기 있게 직접 연기할 것을 선택한 그녀의 리얼하고도 놀라운 연기는 분명 불편하고 자극적인 소재의 나열만으로 그칠 수도 있었을 영화를 감동의 경험으로 한 단계 끌어올린다.

전주국제영화제와 시네마디지털서울, 로테르담영화제 등을 통해 가능성을 검증 받았으며,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는 쉽지 않은 소재를 깊이 있고 섬세한 연출력으로 만져낸 함경록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주목 받는 신인으로 떠올랐다.

함경록 감독의 새로운 시선과 여배우 박지원의 탄생을 영화 <숨>에서 벅차게 확인할 수 있다.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