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택 외 

지난 18일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2주기였다. 여러 곳에서 그를 추모하고 그의 정치업적으로 기리는 추모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물론 본 기자는 그 추모대열에 눈곱만치도 동참하지 않았다. 아마 그날 유흥가를 전전하며 음주가무의 세계에 빠져들지 않았나싶다. 상당수 독자들께서도 일상의 삶을 살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를 소 닭 보듯이 하는 건 좀 너무하다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본 기자 이번주에는 다소 늦은 감이 없지않지만 김 전 대통령의 삶의 궤적과 정치적 업적과 과오를 이념과 정치성향은 제각각이지만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하고 있는 <김대중을 생각한다>(도서출판 삼인)라는 책을 소개한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에피소드 한 토막 소개한다. 지루하지만 좀 들어주시라. 1987년 첫 직선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스무 살 청년이었던 본 기자는 김대중 후보를 지지하고 있었는데 두 살 위였던 친형은 백기완 민중후보를 지지하고 있었다.

선거를 코앞에 둔 어느 날 밤, 학업에는 전혀 뜻이 없고 여학생 꽁무니만 쫓아다니기에 바빴던 두 형제는 결국 지지후보 문제로 주먹다짐까지 하게 된다.

당연히 동생인 본 기자가 일방적으로 구타를 당했지만 '울 형아'는 "정정당당한 주먹다짐이었다"며 여태껏 형제간의 과거사를 왜곡하고 있다. 어쨌든 만 스무 살이 안됐다는 이유로 투표권조차 없었던 본 기자가 김 전 대통령에게서 술 한 잔 얻어먹은 적도 없고 그의 정치관을 전혀 알지도 못했으면서 무작정 그를 지지했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코미디 같은 일이었다.

사설이 길었다. 잡소리 그만 두고 이젠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김대중을 생각한다>는 김대중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김근태, 이해찬, 한명숙 같은 정치인에서부터 그와 다소 거리를 뒀던 우석훈, 박노자, 박태균 같은 학자와 사회운동가, 정두언, 윤여준 등 보수 정당의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많은 저명인사들이 등장해 김 전 대통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니까 전후좌우에 전혀 치우침 없이 균형감각 있게 김 전 대통령을 평가하고 있다는 얘기다.

우선 김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을 보면, 김 전 대통령이 헌정 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에서부터 IMF 위기 극복, 최초의 남북정상회담, 노벨평화상 수상 등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으며, 인권환경복지여성 등 각 분야에서도 두드러진 업적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설령 한계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자민련과의 연립정부라는 한계 속에서 전임 대통령의 실정을 수습해야만 하는 상황 탓이라고 한다.

반면 부정적 평가를 보면, 김 전 대통령의 치적으로 꼽히는 IMF 극복은 사실 현재 급증해버린 빈부격차의 배경으로 작용했으며, 비정규직의 양산과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등으로 서민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게 했다고 비판한다.

본 기자도 이 말엔 동의한다. 사실 본 기자 87년 대선 당시 '울 형아'에게 얻어맞은 후로 김 전 대통령과 보수야당을 지지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럼 누굴 지지했냐고 반문하시는 분이 계실 터. 본 기자 '허본좌'님을 지지했다. 왜냐고? 정말 웃기잖은가, 그분.

긍정과 부정이라는 이분법적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석좌교수와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통일 정책의 측면에서,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와 우석훈 2.1 연구소 소장은 진보적인 관점에서 김 전 대통령의 보수적 행보를 찬찬히 해부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서 우리가 얻을 것이 무엇인가? 우석훈 소장의 "한국의 원로는 좌우 막론하고 10대와 20대의 무관심과 싸워야 한다. 그리고 이 싸움은, 아무래도 할아버지들이 질 것 같다.

김대중 시절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지 못한 할아버지들은 지금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들이 어떻게 비추어지고 있는지, 도통 감을 잡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는 말에 열쇠가 있다고 본다. 썩 괜찮은 책이다. 본 기자 강력 추천한다.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