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은 아버지와 같다." 수 많은 선수들이 이처럼 말한다. 개별 선수들의 팬들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절대 존재로 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을 믿고 의지한다. 그래서 분노가 치민다. 노 감독에 대한 구단(SK)의 홀대가 마음 아프다. 마치 내 아버지가 겪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팬들은 자신의 생각을 집단 행동으로 나타냈다. 지난 18일 밤 10시 문학야구장, 김성근 감독 경질 소식에 성난 팬들 수백여명이 운동장에 난입, 마운드에서 유니폼을 불태우고 오물을 투척하는 등 난동을 벌였다. 일부는 더그 아웃으로 들어가 야구공 등 장비를 약탈하기도 했다

김 감독 경질에 대한 팬들의 항의 표시였다. 그러나 팬들의 이 같은 행태는 씁쓸함을 남겼다. 분노를 앞세운 사회적 불법 행위에 대한 합리화, 그밖에 특별한 의미를 찾기가 쉽지 않은 행동이었다.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그것도 자본주의를 토대로 한 무한 경쟁의 세계에서 감성은 독약과 같다. 이성적 사고가 필요하다. 구단과 김 감독의 갈등이 무엇이든, 또 적극적인 개입으로 사태에 대처하는 팬들의 태도가 무엇이든, 현재의 모습은 냉철한 평가를 요구한다.

김 감독에 대한 급작스런 구단의 경질 결정은 장기 포석에 따른 것임에 틀림없다. 감정 싸움이 아닌, 감독의 입장을 배려한 구단의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조직을 이끄는 수장이, 선수단과 경기 운영의 모든 책임을 지는 수장의 사퇴 의사는 매우 중요하다. 비록 올 시즌 마지막까지 구단을 책임지겠다는 선언이 있었지만 현재의 시스템을 감안할 때 잔여 경기 내내 선수단이 동요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구단의 선택에는 이런 분위기에 대한 궁여지책의 의미가 깔려 있는 듯하다. 하루 빨리 흐트러진 분위기를 잡자는 것이고, 그 결과 김 감독에 대한 경질과 이만수 감독 대행이란 대체 카드가 나왔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팬들의 분노는 여전하다.

전문가는 이같은 팬들의 직접적인 집단 행동에 대해 '사회적 동일시'를 지적했다. '사회적 동일시'는 유명 연예인이 자살을 하면 청소년 자살률이 높아지는 현상으로 설명된다.

이에 따른다면 자신을 SK 와이번스와 동일시 하는 팬들이, 김성근 감독의 경질을 자신이 조직사회에서 밀려난 상황으로 받아들이며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국민들이 한·일 국가대표간 축구경기에서 패배했을 때 느끼는 감정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될 듯하다.
김우성 인하대 사회학과 교수는 "스포츠는 팬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긍정적 에너지를 갖고 있다"며 "하지만 (구단 및 선수와의) 지나친 동일시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왜곡할 소지가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나현지 일면심리치료센터 심리상담가는 "폭동의 경우 개인적인 공격성이 사회적 이슈를 통한 합리화로 만들어진다"며 "일부 팬들의 경기장 난입을 합리화 할 경우 전체 팬들의 입장을 오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팬들이 자신이 좋아 하는 스포츠에 빠져 즐기는 것은 좋다. 그렇지만 과연 내가 구단이나 감독,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지나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닐지 곱앂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사는 데 있어 과유불급은 어느 경우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배인성 체육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