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좌파> - 강준만 

'책과 사람'에서 강준만 교수의 <룸살롱 공화국>이란 책을 소개한 적이 있다. 이번 주에도 강준만 교수의 책 한권을 소개하련다.

강 교수는 왕성한 저작 활동을 한다. 이 분의 프로필은 지난번에 자세하게 소개했으므로 여기선 과단성 있게 생략하기로 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책은 <강남 좌파>(인물과 사상사)이다. '민주화 이후의 엘리트주의'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최근 몇 년간 회자되고 있는 '강남 좌파'에 대한 개념 정리부터 대표적인 '강남 좌파'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강 교수는 이미 노무현 정부 시절 '강남 좌파' 현상을 최초로 제기한 사람이다. 즉 '강남 좌파' 용어를 만든 원조인 셈이다. 강 교수는 <월간 인물과 사상> 2006년 5월호에 '강남 좌파 - 엘리트 순환의 수호신인가?'라는 글을 발표하면서 강남 좌파 논란을 공론화 했다.

'강남 좌파'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건 노무현 정부 중후반인 2006년 즈음이라고 한다. '정치적, 이념적으론 좌파지만 소득수준과 라이프스타일은 강남 주민스럽다'는 부정적인 뜻으로, 일부 보수진영이 '386'으로 대변되는 노무현 정부를 비판하고자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용어의 진짜 원조는 보수진영이다. 강 교수는 세간에 떠돌던 이 용어를 공론의 장으로 끄집어내어 총체적 분석을 시도하며 이 용어를 고착화시킨 것이다.

참고로 '강남 좌파'와 비슷한 예로 미국의 '리무진 진보주의자', 영국의 '샴페인 사회주의자', 프랑스의 '캐비어 좌파'가 있겠다. 물론 이런 용어들은 상류층 진보주의자들을 꼬집기 위해서 우파들이 만들어낸 말들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 앞선 설명에서 알 수 있듯이 '강남 좌파'란 이념적으로 좌파지만 생활태도는 강남 주민들처럼 행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저자 강 교수가 <강남 좌파>를 통해서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 걸까? 강 교수는 '강남 좌파'를 분석하면서 우리나라 정치와 정치인들의 이중성을 지적하고자 한다.

강 교수는 "모든 정치인은 강남 좌파"라고 주장한다. 이유인즉슨 좌우를 막론하고 리더십을 행사하는 정치 엘리트가 되기 위해선 학력 학벌에서부터 생활수준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 사회적 성공을 거두어야 하므로, 정치 영역에서 활동하는 좌파는 강남 좌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학력 학벌이 딸리는 사람들은 취직하기도 힘든 세상이니 당연히 정치인으로 성공하기에도 힘들다.

어쨌든 중요한 건 우파 정치인이든 좌파 정치인이든 '강남 좌파'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 말이다. 그리고 강남 좌파에서 본질적으로 꿰뚫어봐야 하는 것은 이념이 아닌 실제 태도의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한국 사회에 고착화된 엘리트주의라는 것 말이다.

따라서 그는 강남 좌파의 문제는 이념보다는 엘리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즉 강남 좌파에서 '좌파'는 부차적인 것이지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지금의 엘리트 지배 체제를 당연시하면서 자꾸 '보수 대 진보'의 이념 대결 구도로 몰고 가면 우리나라 민주정치의 답보와 퇴보 상태를 설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강 교수는 '엘리트 대 비엘리트' 구도에 초점을 맞춰야함을 주장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은 '강남 좌파'에 대한 이론적 분석보다는 우리 정치의 엘리트주의, 인물주의에 대한 비판에 중점을 두고 있다. 때문에 먼저 '강남 좌파'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하는 노무현 정부 시절을 분석하며 노무현 정부의 한계와 위선, 모순을 지적한다.

이어 차기 유력 대선주자들인 조국 서울대 교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인물평에 지면을 대거 할애하고 있다. 조국 교수에 대해선 강남 좌파의 대표주자로서 평을 하는데, 조국 교수의 갑작스런 등장이 기성정치에 대한 혐오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한다.

박근혜에 대해선 그의 인기의 비밀이 민주화 이후의 엘리트주의가 노정하는 한계에 대한 염증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나머지 인물들에 대한 평은 직접 책을 사서 읽어봐라. 재밌다.

/조혁신기자 choh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