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병룡 상좌는 혼사를 앞두고 있는 막내 동생의 앞날이 걱정되었다. 인구 놈이 남조선으로 넘어간 것을 정숙이 부모가 알면 필시 무슨 말을 하면서 혼사를 뒤로 미룰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병기의 결혼식은 또 늦어지는 것이었다. 그는 인구 놈이 제 막내삼촌의 앞날까지 막는 애물단지가 되는 것이 싫어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그때 버스가 급하게 좌회전을 하고 있었다.

 곽병룡 상좌는 무의식중에 버스의자의 손잡이를 꽉 잡으며 정신을 차렸다. 그러다 문 쪽으로 쏠리는 몸의 중심을 잡아놓고, 여기가 어딘가 하고 다시 앞을 쳐다보았다. 버스는 그새 서평양 역전 마당에 와 있었다.

 곽병룡 상좌는 무궤도전기버스에서 내려 만경대구역 칠골동으로 들어가는 일반버스로 바꿔 탔다. 열차에서 내린 듯한 승객 10여 명이 뒤따라 올라탔다. 버스는 떠날 시간이 되었는지 승객이 반도 차지 않았는데 서천거리 쪽으로 내려갔다. 그러다 락원거리와 혁신거리가 마주치는 큰사거리에서 우회전해서 팔동교 쪽으로 빠졌다.

 잠시 후 호위사령부 서재초대소 청사가 눈에 들어오면서 보통강구역에서 만경대구역으로 넘어가는 팔동교(팔골다리)가 나왔다. 팔동교는 보통강을 가로지르며 넘실넘실 흘러 내려가고 있는 강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버스는 팔동교 위를 낄낄거리면서 달려갔다. 곽병룡 상좌는 보통강 양옆으로 나 있는 유보도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고개를 들었다. 이내 팔동교와 연결되는 광복교(광복다리)가 나왔고, 그 다리를 넘어서자 칠골혁명사적지로 빠지는 광복거리가 나왔다.

 왕복 12차선의 넓은 거리 양옆으로 최신형 초고층아파트들이 건설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36년간의 일제식민통치로부터 해방된 조국의 광복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해 놓은 기념비적인 거리였다. 이 광복거리 양옆으로 건설되는 초고층아파트단지에는 인민군 고위군관들과 출판보도부문 종사자들, 그리고 국가에 공헌한 재외동포 가족들과 항일무장투쟁을 하다 목숨을 바친 유공자 가족들만 입주시킨다는 계획 아래 한창 주택건설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골조공사가 막 끝나가고 있는 초고층아파트 건설공사장에는 어디서 동원했는지 건장한 청년돌격대원들이 개미처럼 달라붙어 벽돌을 져다 올리고 있었다.

 버스는 가로등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광복거리를 달려가다 청춘거리와 마주치는 칠골입체다리 앞에서 승객 몇 사람 내려주고 또 달려갔다. 곽병룡 상좌도 칠골입체다리를 지나면 금방 내려야 된다고 생각하며 운전사가 앉아 있는 앞문 쪽으로 걸어나왔다. 얼마 가지 않아 만경대구역 칠골동으로 들어가는 버스정류장이 나왔다.

 곽병룡 상좌는 제복 웃주머니에 찔러 둔 버스표를 꺼내 운전수에게 건네주며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는 그가 내리자마자 시커먼 매연가스를 내뿜으며 달려갔다. 곽병룡 상좌는 버스정류장 밑에 있는 건늠길(횡단보도)을 건너 칠골동 단독주택지구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