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현장에서 ▧


 

   
 

장사나 해 볼까.
한국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 해 봤을 거다.
자영업은 불안한 미래와 과도한 직장 스트레스에서 월급쟁이들이 유일하게 탈출을 생각할 수 있는 생계 수단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율은 전체의 25~30%에 육박한다. OECD 회원국 평균치가 10%를 넘지 않는 데 비하면 월등히 높다.
대한민국에서 자영업은 남 일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는 고기집이나 슈퍼마켓, 옷가게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또 언젠가는 내가, 아니면 내 가족이나 친구가 치킨집을 해야 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날이 올 것이다.
우리의 소규모 창업자들은 파리 날리는 적자나 주변 점포들과의 경쟁도 힘든 데 또 다른 대적 상대가 있어 고달프다.
바로 대기업이다.
자본력과 경쟁력으로 무장한 대기업들은 당연히 영세 업자들의 적수가 못 된다.
둘이 '맞짱'을 뜬다는 것도 이상하다.
권투에서도 몸무게에 따라 겨루는 링이 다르지 않은가.
헤비급 선수가 라이트급 링에 올라오면 바로 심판의 제지를 받을 것이다.
지금 인천에서는 헤비급과 라이트급의 비겁하고도 뻔한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기업의 대형 마트들이 자기들끼리 경쟁이 포화 상태가 되자 SSM을 만들어 골목 구멍가게 자리까지 넘보며 들쑤셔 대고 있다. 이것도 모자란지 이제는 도매상권까지 침투했다.
식당들에 케첩, 고추장, 밀가루를 대던 영세 도매상인들은 대기업이 깔끔하게 차린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대상(주)의 거대 도매 마트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 몰락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30%가 생계를 위협받는다는 얘기다. 이 졸렬한 게임에 심판은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도매상권 점령이라는 새로운 잽 기술을 익혀 온 헤비급 선수는 라이트급 선수를 한방에 때려 눕히고 한 쪽 팔을 들 수 있을까.
사회적 상생과 책임은 고사하더라도 최소한의 상도덕 개념마저 태풍에 날려 버린걸까.
/장지혜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