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5m, 길이 18m의 조각군상에는 조국 광복과 사회주의 조국 건설을 위해 목숨 바친 선각자들의 용전 분투하는 모습들이 형상화되어 있었다. 곽병룡 상좌는 조각군상을 향해 묵도한 뒤, 작은아버지를 부축해 김일성의 친필교시 동판이 설치되어 있는 헌화대 앞으로 올라갔다.

 헌화대 앞에는 많은 참배객들이 서 있었다. 참배객들은 꽃다발을 안고 와서 김일성 친필교시 동판을 향해 참배한 뒤 헌화대 위에 꽃을 올려놓고 내려 왔다. 곽병룡 상좌와 곽민수씨는 헌화 의식은 생략한 채 김일성의 친필교시 동판을 향해 잠시 묵도한 뒤 분묘가 안치된 위쪽 중앙묘역으로 올라갔다.

 중앙묘역은 돌계단 양옆으로 날개를 편 듯이 설치되어 있었다. 곽병룡 상좌는 김정숙 여사의 반신 동상과 항일혁명열사들의 반신 동상이 줄을 맞춰 서 있는 좌측묘역으로 건너가 아버지의 동상 앞에 고개를 숙이고 섰다. 잠시 후 곽민수씨가 다가와 섰다. 곽병룡 상좌는 작은아버지가 다가오자 잠시 묵도하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절을 올렸다.

 아버지! 병룡입네다. 그 동안 별고 없이 잘 지내셨습네까? 오늘 광복거리 큰아버지 찾아 뵙고, 아버지한테 신풍서군으로 들어간다는 집안 소식도 전해 드릴 겸해서 작은아버지와 함께 왔습니다….

 곽병룡 상좌는 곽민수씨와 함께 아버지 곽영수 열사의 반신 동상을 향해 절을 올렸다. 그리고는 다시 일어나 아버지의 반신 동상을 향해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아버지, 오전에 큰아버지한테 말씀 드린 내용을 저승에서 들으셨는지는 모르갔습네다만 인구란 놈이 후방부 화물자동차를 엎어 먹고서리 후과가 두려운 나머지 조국을 배신하고 남조선으로 넘어가버렸습네다. 기래서 제가 더 이상 락원군 사회안전부장으로 복무할 수 없게 되어 신풍서군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저도 어릴 때 아버지 어머니 속도 많이 썩이고 말썽도 많이 피웠다는 말을 작은아버지한테 가끔씩 듣곤 합네다만 인구 놈이 제 할아버지의 명예와 권위를 짓밟으며 남조선으로 내뺀 것을 생각하면 아버지 뵈올 면목이 없습네다. 하지만 제가 낳아놓은 자식이 길케 일을 저질러 놓은 것을 저로서도 사전에 어드러케 감당할 수가 없었습네다. 가족들 모두가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으니까요. 모든 것은 제가 그놈을 잘못 키워놓았기 때문에 길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네다. 인구 그놈한테 따끔하게 꾸짖을 일 있으면 우선 저를 대신 혼내주시면서 제발 노한 마음만이라도 풀어 주시라요.

그놈도 오죽 막막하고 두려웠으면 부모형제 다 버리고 낯설고 산설은 남조선으로 내뺐겠습네까?

제발 저승에서라도 그놈만은 평소처럼 잘 보살펴 주시면서 저를 꾸짖어 주시라요. 저는 지금도 아버지가 그놈을 보살펴 주셨기 때문에 사관장처럼 죽지 않고 목숨만은 건졌다고 생각합네다. 기렇지 않으면 그놈이 어드러케 목숨을 보존할 수 있었겠습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