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화 경기본사제2사회부장


지난 주에 발생한 사건 2가지 이야기다. 하나는 폭우다. 다른 하나는 개인정보 유출이다. 폭우와 개인정보 유출은 별개의 사건이다. 폭우가 아날로그 참사라면 정보 유출은 디지털 테러다. 폭우가 현실세계에서 일어났다면 정보 유출은 가상세계에서 일어났다. 폭우는 산 사태와 침수에 이어 인명과 재산피해라는 2차 피해를 가져왔다. 정보유출 역시 스팸메일과 보이스 피싱이라는 2차 피해가 우려된다.
#기록 1.
104년 만이다. 2011년 7월26~28일 경기도와 인천, 서울 등에 50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최고 기록이다. 산이 무너지고, 하천이 범람하고, 도심이 물에 잠겼다. 인간의 생명과 재산을 빼앗아갔다. 물난리다.
서울 광화문과 강남이 빗물에 잠긴 것을 보고 일부 언론은 "서울의 자존심이 상처받았다"고 표현했다. 참으로 오만한 해석이다. 서울은 인간의 무한욕망이 고스란히 담긴 현대도시의 상징이다.
도시의 콘크리트 건축물은 모던하고 세련되고 보기좋다. 그러기에 도시는 차갑고 날카롭다. 도시의 깔끔한 아스팔트길에서는 시골의 질퍽한 흙길에서 느낄 수 있는 정겨운 촉감을 느낄 수 없다. 물난리는 자연이 현대문명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는 아니였을까.
#기록 2.
해커가 개인정보를 무더기로 훔쳐갔다. 사상 최대 규모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28일 "지난 26일 외부 해킹으로 네이트와 싸이월드 회원 3천500만명의 고객정보가 유출됐다"고 고백했다. 해커에게 털린 정보는 가입자의 이름, 아이디, 이메일, 전화번호, 비밀번호, 주민번호 등이다.
사실상 전국민의 개인정보가 범죄자의 손아귀에 들어간 것이다. 해킹한 개인정보는 재가공 돼 스팸문자와 보이스 피싱 등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기 때문에 2차 피해가 우려된다. 중국 암시장에서 1건당 1원에 거래된다고 한다.
지난해 3월에도 신세계몰, 아이러브스쿨, 대명리조트 등 25개 업체 사이트에서 2천만 건의 개인정보가 무더기로 해킹 당했다. 뿐만 아니라 악성코드 감염, 홈페이지 노출 등으로 개인정보가 도처에서 줄줄 새고 있다.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현주소다.
#기록 1+2.
폭우와 개인정보 유출을 접하면서 한편의 영화를 떠올렸다. 디지털 테러를 다룬 '다이하드 4.0'은 크래커(악의를 가지고 남의 컴퓨터에 침입하는 해커)들이 3단계(1단계 교통시스템, 2단계 금융·통신시스템, 3단계 수도·전기·원자력시스템)에 걸쳐 미국의 국가 인프라를 파괴하는 파이어세일이라는 테러를 감행한다는 이야기다.
영화속 이야기만 아니다. 국가의 모든 시스템이 위성과 인터넷, 컴퓨터로 연결된 현대사회에서 어디까지 디지털 테러가 가능한지를 가늠해 보는 영화였다. 이런 디지털 네트워크의 정보사회를 보는 시각은 수평적이고 다원화된 사회체계를 가져왔다는 낙관론(벨, 앨빈 토플러)과 정보량의 격차와 비인간화 문제를 가져왔다는 비관론(기든스, 쉴러), 이들 양자의 시각을 절충한 제3의 주장이 있다.
이어령 작가는 '디지로그'라는 책에서 후기 정보사회로 가는 키워드로 '디지로그(Digilog)'를 제창했다. 그가 말한 디지로그는 디지털의 가상세계와 아날로그의 실제 현실이 합쳐진 오늘날의 세계를 총칭하는 말이라고 한다. 현대사회는 디지털 기반과 아날로그 정서의 융합을 요구하는 시대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만큼 인간과 자연이 디지털의 편리함과 아날로그의 따뜻함을 하나로 통합하는 공존의 길을 찾아낸다면, 폭우나 개인정보유출, 파이어세일같은 참사나 테러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