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 칼럼 ▧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국방부가 최근 병영문화 쇄신을 위한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새로 만들어 일선부대에 전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분대장과 조장 등 지휘자가 아닌 병 상호간은 명령복종 관계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구타, 가혹행위, 인격모독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군 자살과 가혹행위와 관련된 보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사고가 발생될 경우 가장 걱정하는 사람들이 자식을 군대 보낸 부모들일 것이다.

군에서 고쳐야 할 사항으로 구타, 폭언, 가혹행위, 왕따, 안전사고, 기강해이, 기밀누설, 금품상납, 인사청탁, 뇌물수수 등 많이 있지만 이 중에서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라면 단연 구타, 폭언, 가혹행위를 척결해야 할 사안으로 꼽을 것이다.

문제는 졸병을 상대로 한 고참들의 구타, 폭언, 가혹행위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1970년대에 군대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집단 매타작에 이골이 났을 것이다. 대걸레자루나 야전삽으로 후임병들의 엉덩이를 때렸고 주먹으로 배를 가격하고 군홧발로 정강이뼈를 걷어차기 일쑤였다. 샌드백이 따로 없었다. 맞을 때 인상을 쓰면 더 맞았다. 하루라도 맞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 50대 후반 선배들의 이야기다.

요즘은 겉으로 표시가 날 정도로 때리지는 않는 모양이다. 대걸레자루, 각목, 야전삽을 동원하지 않고 지능적으로 때린다. 꿀밤을 때릴 때처럼 주먹을 쥐고 명치나 늑골 사이를 가격하는 식이다. 이때 갖은 폭언을 써가며 정신적 고통을 가한다. 후임자들의 돈을 강탈하는 양아치 같은 고참도 있다. 월급이 입금된 졸병의 카드를 강제로 빌려 쓰고 그냥 제대한다. 휴가 나오면 받으러 오라는데 누가 그를 찾아가겠는가.

기자의 장남이 근무하는 부대에서는 아직까지 힘들다는 이야기를 다행히도 듣지 못했다. 제대하려면 1년 정도 남았는데 그 1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진 적이 없다. 무사히 제대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사병의 사망 뉴스를 접하면 발생장소를 먼저 챙겨 보고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 심정이 모두 이와 같을 것이다.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등을 계기로 드러난 잘못된 병영문화는 개선돼야 마땅하다. 군당국은 신세대 장병들의 개인주의와 물질주의를 고려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타성에 젖은 군인에게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 각계의견을 수렴하되 신세대 장교들의 의견을 널리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또한 책임져야 하는 부분까지 책임진다는 분위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그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질 것"이라는 지휘관으로서의 무책임한 발언은 잘못된 것이다.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대책들이 나왔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은 운영의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대장 이상의 지휘관들이 일선사병들의 애로사항을 정확히 파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부하들 눈빛만 봐도 사정을 알 수 있는 부사관, 소대장, 중대장들이 움직여야 한다. 분대, 소대, 중대에서 벌어지는 일을 초급간부들이 모른다면 지휘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많은 군간부들은 병영의 오랜 악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부대 운용상 편리하거나 손대기 번거롭다는 이유 등으로 묵인·방조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방관적 태도를 철저히 반성하고 전투력 위주의 강군을 만드는데 전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강도 높은 훈련과 군기가 군 조직의 기본임을 망각해선 안된다. 무른 군기는 전투력 약화는 물론 각종 사고의 원인이 되기 쉽다. 세심한 고려와 균형잡힌 방안으로 우리 군을 진정한 강군으로 탈바꿈시키는 일은 몇 사람의 지휘관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길이라고 여겨진다.

/김성웅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