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뒤편에 감춰진 부패·향락 65년 역사 해부

룸살롱 공화국-강준만 

독자들 안녕하신가? 지루한 장마가 끝났다. 본 기자는 장맛비가 쏟아지는 긴 시간 동안 업무와 책 속에 파묻혀 지냈다.

대단하지 않은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을 핑계로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는데 그런 말은 영화 <실미도>의 설경구의 대사처럼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본 기자는 지난 주 후배 기자의 '생파'(생일 파티)에 불참하면서까지 독서삼매경에 빠졌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방구석에 틀어박혀 음주를 곁들이며 책을 읽었다. 어쨌든 읽은 게 중요하지 아니한가?

지금까지 '책과 사람'에서 소설과 철학, 르포 등 여러 장르의 책들을 소개했다. 소개한 책들도 주옥같은 명저들뿐이다. 본 기자, 내 입으로 자랑하기 좀 뭐하지만 지적인 영역과 교양수준이 참 넓고 깊다. 미안하다. 농담이다.

이번 주에는 음주가무를 즐기면서 읽을 수 있는, 화끈한 책 한권을 소개한다. 바로 강준만 교수의 <룸살롱 공화국>(인물과 사상사)이다. 제목부터가 화끈하다! 책 제목만 보면 강준만 교수가 '주정뱅이 대학, 룸살롱 학과' 교수쯤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저자 강준만 교수는 식자층에 널리 알려진 인물인데 우리 독자들, 먹고살기에 바쁘다보니 모를 수도 있어 간단하게 강 교수의 프로필을 소개한다.

강준만 교수는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다. 우리 사회의 이중성과 허구성을 강렬하고 직설적인 어법으로 비판하는 글과 책을 발표해온 사람이다. 진중권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논객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현재 미국 콜로라도대에서 교환교수로 머물고 있다. 일반적으로 교수님들 정치하느라 꽤 바쁜데, 이분은 왕성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한겨레를 비롯해 각종 신문이나 잡지, 언론매체에 시사평론을 기고했으며, 인문·사회·정치·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책들을 펴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 현대사 산책>, <입시전쟁잔혹사>, <어머니 수난사> 등 수십 권이 있다.

서두가 길었다. 자, 이제 <룸살롱 공화국>으로 들어가 보자. 셔츠 단추 풀고, 넥타이 이마에 동여매고…. 오해마라. 책 읽을 준비를 하자는 얘기다.

이 책은 한국 사회의 부패와 향락, 패거리 문화의 역사와 행태를 '룸살롱'이라는 왜곡된 공간을 통해서 파헤치고 있는 시사평론서로 규정할 수 있겠다. 저자는 "룸살롱을 보면 한국 사회가 보인다"며 "한국사회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에는 정당, 국회, 검찰 등과 같은 공식적인 제도와 기구보다는 룸살롱에 대한 연구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유인즉슨 한동안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검찰 스폰서 스캔들'부터 대통령 아들들과 정치인들이 연루된 각종 정치적 부패 스캔들, 연예인을 성적노리개로 만들고 결국 죽음에로까지 이르게 한 '연예인 성상납 사건' 등이 모두 룸살롱이라는 밀실 혹은 은밀한 칸막이 안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저자 강 교수는 이 책에서 해방정국의 요정 정치와 쿠데타로 정권을 탈취하고 혁명을 했다고 우기는 군사독재정권의 요정정치 등을 역사적으로 고찰하면서 한국 현대사를 해석한다. 그리고 90년대 2000년대 들어와서 골프와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는 검사들과 폭력배들과 어울려 역시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는 법조인들, 386정치인들의 5.18룸살롱 사건, 방송사 대신 술집으로 출근하는 연예인들을 예로 들며 한국의 밀실접대와 부패의 65년사를 기록하고 있다.

뭐, 한마디로 한국의 모든 역사는 룸살롱에서 이뤄졌다고 할 수 있겠다. 대충 들어도 이 책 정말 재밌지 않겠는가?

이 책 별 10개짜리다. 정말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소리다. 본 기자, 처자식이 굶주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거금 1만2천원을 써가며 책을 사봤다. 그러니 반드시 독자들도 돈 주고 구입해서 읽어봐라. 인생 공짜로 살려고 하면 머리 벗겨진다. 이상 서평 끝.

/조혁신기자 mrpen@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