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엽 작가, 4년여간 발품 팔아 낸 르포집

<밥과 장미 - 권리를 위한 지독한 싸움>


독자들 안녕하신가? 지난주에 소개한 <맑스와 사귀기>를 읽어보셨는지 궁금하다.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이 계시다면 후다닥 읽어보시라.

<맑스와 사귀기>가 독자들에게 세상과 사회를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하나의 지침서라면 이번에 소개할 책은 우리가 외면하고 무심하게 지나쳤던 세상사와 삶의 이야기를 날것으로 담고 있는 책이다. 생선회에 소주 한잔 마시는 것만 즐겨하지 마시고 진정 싱싱한 날것의 참맛을 느껴보기 바라는 심정으로 소개하겠다.
바로 오도엽의 <밥과 장미-권리를 위한 지독한 싸움>(도서출판 삶이 보이는 창)이다. 미리 말씀 드리는데 이 책은 별 열 개짜리니 도서관에서 빌려보지 말고 반드시 가까운 서점이나 인터넷서점에서 구입해서 보길 부탁드린다. 책값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데 본 기자 가문의 명예를 건다.

이 책의 저자 오도엽을 소개한다. 오도엽은 시인이자 기자, 르포작가다. 본 기자는 기자로 살기도 벅찬데 참, 여러 가지 하는 분이시다. 저자는 학생시절 도서관에서 처박혀 살다가 전태일의 일대기를 그린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이란 책을 읽다 솟구치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열람실에서 뛰쳐나온 후로 다시는 도서관에 발을 붙이지 않는다. 그리고 곧바로 최루탄 가스가 가득한 곳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수배자가 된다.

1990년 위장취업자가 되어 공장을 떠돌다가 1994년 봄 새벽 느닷없이 침입한 이들에게 등 뒤로 수갑이 채워진 채 대공분실로 끌려간다.

대전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비전향장기수들을 만난 뒤로 생전 처음 글이란 걸 쓰게 되고 1997년 전태일문학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살게 된다. 이후 노동자로 살다가 본격적으로 르포 작가의 길을 걷는다.

그러니까 <밥과 장미>는 오도엽이 4년여에 걸쳐 만났던 노동 현장의 사람들을 생생하게 기록한 르포집이 되겠다.

저자가 발로 뛰며 만났던 사람들은 공기업, 대학교, 제약회사, 전자회사, 병원, 골프장, 학습지 회사, 건설 현장, 구청, 고속도로 휴게소, 자동차 공장 등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곳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바로 우리가 무심하게 지나쳐왔던 우리 아버지, 어머니이며, 우리 형제, 이웃이며, 직장 동료들이다.

그는 공기업 금융기관에서 일하다가 비정규직법 시행 1년 만에 해고 위기에 놓인 노동자의 삶을 담아내기도 하고, 노동자들을 버리고 간밤에 회사를 옮긴 전자회사에 다니는 노동자도 만난다.

또 동료 직원 40여 명과 함께 해고통지서를 받은 대학교 행정조교,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연월차 휴가도 국민연금이나 의료보험 등과 같은 기본적인 복지혜택도 받지 못하는 학습지 교사, 쉬는 날도 없이 하루 종일 서서 서비스 노동을 하고 있는 백화점 판매사원도 만나 이들의 얘기를 전한다.

독자들도 이제 대충 감이 잡혔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860만 비정규직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며 소외받고 착취 받는 사람들의 분노와 인간다운 삶을 얻기 위한 고귀한 기록이 되겠다.

본 기자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대한민국의 가장 생생한 단면을,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우리 시대의 진면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자들 중에 고개를 삐딱하게 갸우뚱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른다. 노동자가 파업을 하면 경제가 당장이라도 어떻게 될 것인 양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른다. 아니면 노동자들의 삶에 별 관심이 없는 분들도. 본 기자 이런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 책을 소개하는 거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가 "저자가 인도하는 처절한 현장은 우리가 다시 시작해야 할 출발선이다."라고 전하는 것처럼 인간의 권리가 말살되는 이 시대를 올바로 바라보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의 미래와 희망은 결코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나저나 본 기자의 후배들도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혁신기자 mrpen@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