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어떻게든 정의로울 수 없다
전쟁, 어떻게든 정의로울 수 없다
  • 조혁신
  • 승인 2011.0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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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폭력성 고발 … 시조형식'3음절'살린 장편 서사시


 

   
▲ 나비, 사바나로 날다=강영

소설가 강영이 첫 장편소설 <나비, 사바나로 날다>(도서출판 이야기마을)를 출간했다.

2002년 <실천문학>에 중편소설 '원더풀 패밀리'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강영은 이번 첫 장편에서 경기도 평택시 대추리와 이라크 서부 마을 함다니아를 하나의 소설적 공간으로 설정하고 미국에 의해 저질러진 전쟁과 전쟁의 위협을 비판하고 있다.

그녀는 지난 2006년 미군기지 건설에 맞섰던 평택 대추리 주민들과 같은 해 미군에게 강간, 납치, 학살된 이라크 함다니아 마을의 순박한 이들을 소설 속에 불러냄으로써 전쟁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드러낸다.

예컨대 "우리 논엔 전투경찰들이 스크럼을 짜 둥그런 감청색 띠를 만들었어요./가운데 둥그런 광장을 만들어 굴착기를 모시듯 에워쌌고요./전투경찰띠의 감청색 색깔이 늦겨울 들판에서 선명했습니다./주황색 굴착기가 감청색 띠 속에서 그보다 더 선명했고요./진회색 풍경 속에 굴착기 색만 선명하니까 조악하고 살기가 느껴졌죠"라는 대목처럼 작가는 대추리 미군기지를 둘러싼 폭력을 드러내면서 "그리고, 몇 분 후,/일정한 간격, 뭉게구름이 작은 산 하나를 넘는 간격을 두고/세발의 총성이 들렸다./그리고/소녀는/사람이 아니게 더 이상 사람이 아닌 무엇이 되었다"라며 이라크 함다니아 마을에서 벌어지는 미군의 만행을 고발한다.

또한 이 소설의 또 다른 특징은 우리의 전통 시조형식을 빌려 첫장부터 끝장까지 3음절의 행보를 지켜낸 장편 서사시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시조 형식을 통해 작가는 인류의 근원적 문제인 전쟁과 인간애를 성찰하고 있다. 형식부터가 매우 실험적이다.

실험적이고 서사시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소설로서의 이야기 구조는 결코 흐트러짐이 없다.

착하고 일 잘하고 사랑이 많은 한국의 한 여인이 잠시 돌봐준 적이 있는 이라크에 있는 한 여인의 실종된 딸을 찾으려고 자신의 딸을 떠나게 되는 기본 줄거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구 반바퀴 떨어진 전쟁의 포화에 휩싸인 이라크에서 실종된 아이를 찾는 과정을 통해 세계 도처에 퍼져있는 전쟁의 참혹함과 광기를 고발하고 있다.

강영의 이번 장편의 또 다른 특징은 문체의 유려함이다. 전쟁마저도 시적 율격으로 담아내며 학살의 현장에 평화를 향한 강렬한 염원과 인간애, 인류애의 꽃을 피운다. 264쪽, 1만4천500원.

/조혁신기자 mrpen@i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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