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서 속'동성애 혐오적 해석'의문 제기도


 

   
▲ 예수가 사랑한 남자=테오도르 W 제닝스

예수는 동성연애자였을까? 테오도르 W 제닝스의 <예수가 사랑한 남자-신약성서의 동성애 이야기>(도서출판 동연)는 신성불가침적인 예수의 성정체성에 대해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며 신약성서 속에 등장하는 동성애를 파헤치고 있는 책이다.

저자 테오도르 제닝스는 세계적인 퀴어 신학자다. 1990년대 초 퀴어신학은 미국의 대학가를 중심으로 등장했는데, 저자는 그 개척자 중의 한 사람이다. 퀴어신학에 관한 제닝스의 주요 저서 가운데 하나인 이 책에서 그는 동성애혐오적, 이성애중심적 성서 해석에 의문을 제기한다. 또 신약성서, 특히 복음서들에 수록된 예수 전승 속에서 예수를 동성애자로서 해석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요한복음에 중심을 두고 논의를 편다. 고대 사회의 동성애적 관습을 참조한다면 요한복음이 재현하는 예수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의 동성애적 행위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예수의 제자 중 한 명이 예수의 품에 기대고 누워 있던 장면을 검토하고, 예수 제자 집단 내에서 가진 그의 지위와 역할, 정체를 살피며, 예수 전승 내에서 그가 갖는 의미를 주목하여 해석하는 것이다. 이때 신약성서 내외부의 자료들을 해석에 동원하면 예수의 동성애적 행위가 추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분명 여러 예수 전승을 살펴볼 때 예수가 동성애자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예수가 '동성애자였다', '동성애자가 아니었다'라는 단순한 대답을 이 책에서는 기피한다.

이 책은 기존의 성서 해석 방식을 뒤집는 학문적 접근을 통해 우리 사고의 큰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의미를 지니고 있을 뿐이다. 어쨌든 그 과정을 좇다 보면 "예수가 동성애자였다, 아니었다"는 물음은 자연스레 그 의문이 풀린다.

 

   
 

이 책의 가치는 사실 지금까지 교회가 게이와 레즈비언 그리고 양성애자를 희생양 삼아 성(性)을 죄악시해왔는데,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것은 교회가 창안해 낸 한 편의 신화임을 입증하고 있다.

이 신화를 통해 교회는 가족의 다양한 가치들에 대해 질문할 여지를 차단해왔다. 다시 말해 게이, 레즈비언들은 사람이 아니라 괴물 취급을 받았고, 그들을 그들 자신의 성적 취향 그대로 가족의 일원으로 삼는 것을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들었다.

교회의 동성애 혐오의 또 다른 희생자는 성서 그 자체다. 교회는 오랫동안 노예제와 인종차별을 정당화하기 위해, 여자들의 완전한 성적 평등을 부인하기 위해 성서를 이용했다.

다시 말해 인류가 현재 일구어 온 보편타당한 상식의 진리 속에는 교회의 성서 오독과 악용이 덧칠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여 이 책은 그러한 잘못을 바로잡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456쪽, 1만6천원.

/조혁신기자 mrpen@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