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적 색안경 벗고 인간의 자유 실현 관점으로 접근

<맑스와 사귀기>조현수 성균관대 교수

본 기자 고민이 많다. 이번 주엔 무슨 책을 소개해야 할지 고민이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책을 후다닥 읽고, 요약해야 하는 강박관념에 노예가 되는 것도 고민이다. 말인 즉슨 '책과 사람'이라는 칼럼을 쓰기에는 도무지 깜냥이 안 되는 주제에 글을 써야만 하는 게 고민인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독자들의 불벼락 같은 성화에 못 이겨 주제 넘는 글을 지면에 내놓는다.

지난주까진 소설을 소개해왔는데, 이번 주에는 분위기를 확, 바꿔본다. 이번 주에 소개할 책은 성균관대 조현수 교수의 <맑스와 사귀기>(도서출판 필맥)다.

"웬 맑스?" 하고 볼멘소리를 하는 독자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맑스(이하 마르크스)의 사상에 대해 눈곱만큼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으면서 그저 빨간 색안경을 끼고 하는 소리라면 본 기자 정말 독자들에게 실망이다.

색안경을 끼고 보면 똥인지 된장인지 모른다. 맛을 봐야 안다. 그러니 우선 읽어보고 마르크스의 사상을 평가하길 부탁드린다. 그러니까 본 기자가 마르크스주의 입문서라 할 수 있는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마르크스주의에 전적으로 동조해서가 아니라 독자들이 60년 넘게 써왔던 빨간 색안경을 벗고 스스로의 이성과 지성으로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지적인 척도이자 사물에 대한 판단 기준을 지녀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마디로 이 책을 평가하자면, 마르크스의 생애와 방대한 저작, 심오한 사상을 쉽게 정리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저자는 마르크스주의를 이념의 색안경을 벗고 공동체 속에 사는 모든 개인의 행복, 자유, 평등, 실존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봐야한다고 권유하고 있다.

본 기자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흔히들 마르크스를 공산주의 폭력혁명의 거두로 알고 있는데, 사실 마르크스의 사상의 기본적이자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의 자유 실현, 인간해방이기 때문이다.

독자들에게 약간의 정보를 제공한다면, 새천년을 맞아 BBC 인터넷 판이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지난 천 년 최고의 사상가'에서 마르크스가 1위를 차지했다.

2005년 BBC 라디오가 실시한 '우리 시대 최고의 철학자'를 묻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마르크스가 1위를 차지했다.

갑자기 아직도 색안경 쓰신 분들과 신자유주의자(본 기자는 이들을 열혈자유주의자로 칭한다)들의 심사가 불편해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미 1989년 동독이 붕괴되고 1990년 소비에트가 해체되어 자본주의의 승리가 확정된 걸로 알고 있는데 마르크스가 최고의 사상가이자 철학가로 부활하다니 말이다.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로 마르크스의 사상은 당연히 폐기되어야 마땅한데 그의 사상이 다시 조명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독자들께서 스스로 찾아보길 부탁드린다. <맑스와 사귀기>를 읽어보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며, 현실 사회를 보는 시야가 확대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이 책마저도 읽기를 거부하는 독자가 있을 수 있다. 참, 고집 센 분들이시다. 그래서 본 기자, 오늘날 왜 다시 마르크스주의가 주목받고 있는지 몇 가지 예를 들며 글을 마치기로 한다.

자유가 만발하고 있다는 미국을 예로 들어보자. 1970년대 초반에 미국의 상위 5%의 소득수입자 가구는 하위 5%의 소득수입자 가구에 비해 10배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 그런데 신자유주의(세계화)가 공고화된 1990년 중반의 시점에선 15배의 소득 격차가 나고 있다. 영국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대처가 이끄는 영국 보수당 정권이 집권한 이후 1980년대에 영국 하위 10%의 남성 소득자의 소득이 10% 가량 증가한 반면 상위 10%의 남성 소득자의 실제 소득은 50% 이상 증가했다.

참, 꼭 돈 주고 책 사보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출판사 노동자들도 먹고 살아야하지 않겠는가?

/조혁신기자 mrpen@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