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인경기본사 사회부장


 

   
 

학비 마련을 이유로 대학생들이 거리에 내몰리고 있다. 한 전문기관에 따르면 국내 사립대 학기당 평균 등록금은 776만1천원으로 나타났고 국립대학는 사립대학의 절반 수준인 440만2천원으로 조사됐다.
시간당 5천원을 주는 커피숍 아르바이트의 경우 1천554시간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일해 모아야 사립대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고, 국립대학도 880시간을 쓰지 않고 모아야 가능하다. 커피전문점보다 비교적 시급이 낮은 편의점은 근로시간이 더 길어진다. 국내 편의점의 평균 시급은 4천768원으로 사립대는 1천628시간, 국립대는 924시간을 꼬박 일해야 한 학기 등록금을 모을 수 있다.
안 쓰고 모은 돈으로 등록금을 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임을 감안하면서도 경쟁률은 치열하다. 수원 A대학에 재학 중인 B씨는 "대학가를 비롯한 중심상업지역의 경우 방학이 시작되기도 전에 아르바이트들을 모두 구하고 자리가 없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직장을 잃은 가장들이 대거 몰렸고, 최근 가정주부들까지 생활전선에 뛰어들면서 아르바이트 자리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라고 했다.
등록금만 걱정하면 되는 B씨는 그래도 행복한 편이다. 지방에서 올라온 이유로 방을 얻어 월세까지 내야했던 C군은 대학생활 2년만에 대출금이 1천200만원이다. 과외에 호프집 아르바이트까지, 안해본 일이 없지만 장학금은 어림없었고 결국 C군은 휴학계를 내고 공장에 들어갔다. 3학년이 되면서 원금 상환시기가 다가온 이유 때문이다.
"상환기간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한국장학재단측의 통보에 휴학을 결정했다는 C군은 "가끔 학교에 가면 수업을 듣고 싶어, 도강(도둑강의)을 할까 생각하기도 했다"며 "대학이 우리를 신용불량자로 내모는 것같다"고 토로했다.
지난 2일에는 등록금 마련을 위해 제대한지 이틀째 되는 날부터 냉동기 보수업체에서 일하던 휴학생이 작업 도중 목숨을 잃어 안타깝게 했다. 서울 S모대 휴학생으로 확인된 황(22·경제학부 1년)씨는 이날 고양시 덕이동 '이마트탄현점' 지하 1층 기계실에서 냉동기 점검·보수작업을 하던 중 동료작업자 3명과 함께 숨졌다. 단지 2학기 복학을 위한 등록금 마련이 이유였다.
최근 방학을 맞은 남자대학생들의 상당수가 막노동판 등으로, 또 여대생들의 일부가 유흥가를 비롯한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상업지역 등지에서 쉽사리 접할 수 있는 명함전단지만 봐도 확인이 가능하며, 유흥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증명하긴 어렵지 않다. 미래의 주역이 될 우리 젊은 일군들이 어려운 경제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인 것이다.
'반값등록금'은 여·야를 비롯한 온 국민의 뜨거운 감자다. 대학구조조정을 비롯한 부실대학 퇴출에 정원미달 학교들의 국립대 전환방안까지. 바로 서는 대학을 위해 온 나라가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대학구조조정 추진과 관련해 "대학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재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면밀히 점검해 달라"고 지시하고 "대학등록금 등 현안이 많은 데 정부가 중심이 돼 당·정·청이 긴밀히 협의하고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장관들이 잘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 여기에 '대학구조개혁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홍승용 위원장 역시 "시늉만 하다가 그치지는 않겠다. 핵심은 대학다운 대학을 만드는 것"이라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오랜만에 보는 기분 좋은 대목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에 하나되는 일 말이다. 바로 서는 대학, 대학 다운 대학을 위해 모두가 고민하고, 논의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 갈 우리 젊은이들이 등록금으로 인해 인생을 허비하는 일은 없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젊은 미래 주역들이 커피숍 알바로, 편의점 알바로, 유흥가 거리로 내몰리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며, 더 이상 이런 일들이 기삿거리로 활용되는 안타까운 일이 없어지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