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주5일제 수업'
   
▲ 학업을 끝마친 초등학생들이 학교를 나오고 있다.  /박영권기자 pyk@itimes.co.kr


지난 달 14일 교육과학기술부 발표로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2012년 주 5일 수업제 전면 자율화가 확정됐다. 2006년부터 5년 넘게 운영돼온 일명 '놀토·일토'가 사라지게 됐다.

주 5일 근무제에 견주면 학교현장의 주 5일 수업은 많이 늦었다. 주 5일 근무제는 지난 1일부터 5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됐다. 적어도 법적으로는 그렇다.

이 때문에 우선은 주 5일 수업제 도입을 반기는 분위기가 많다. 하지만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우려의 핵심은 어린이·청소년들의 생활관리다. 부모 입장에선 아이를 방치하자니 불안해서 걱정이고 어디에다 아이를 맡기자니 비용문제로 한숨이 난다.

교과부와 인천시교육청은 오는 2학기 주 5일 수업제를 시범운영해 문제점을 보완하겠다 하고 있다. 지금으로선 주 5일 수업제 도입을 위해 더 치밀한 준비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내년 1학기부터 주 5일 수업제가 전면 자율화된다. 학부모·교사·교육단체 등에선 기대보다 우려를 더 하고 있다. 보육체계 확충과 사교육 방지대책 등 남은 기간 보완할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어린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박영권기자 pyk@itimes.co.kr


▲ 주 5일 수업제, 또 다른 '양극화' 부르나

주 5일 수업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가장 큰 줄기는 가정의 경제적 여건이다.

어느 정도 수입이 보장되는 직장을 가진 부모의 자녀들과 그렇지 못한 가정의 자녀들이 처할 상황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수입이 적은 집일수록 부모가 주 5일 이상 일하는 경우가 많다. 지갑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토요일과 일요일 아이를 어디에 보내기 힘들고 집에 두면 부모가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 어려움이 중첩된다.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김기철(42·가명)씨는 "주 5일 수업에 적극 찬성한다"고 했다. 초등학생 딸과 아들을 하나씩 두고 있다.

김씨는 "초등학생이라 해도 평일엔 밤 9시나 돼야 집에 오고 나 자신도 퇴근이 늦기 일쑤라 아이들을 볼 시간이 없다. 주 5일 수업제가 되면 무엇보다 아이들과 많이 만날 수 있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부부 공무원인 장현철(51·가명)씨는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딸 둘이 있는데 일주일에 이틀 쉰다고 해도 사교육을 더 시키진 않을 것"이라며 "주말에 여행을 다니게 되면 아무래도 경제적 부담이 조금 있겠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와 장씨는 모두 부부의 합산연봉이 한 해 8천만원 이상인 사람들이다. 주 5일 근무가 비교적 확실히 보장되는 직장에서 일한다. 상대적으로 자녀의 주 5일 수업에 큰 걱정을 내비치지 않은 이유다.
경제적 여유가 비교적 적은 가정에선 반응이 달랐다.

택시를 운전하는 박성만(47·가명)씨는 부인과 맞벌이를 한다. 부인은 김밥집에 나간다. 1주일 내내 쉬는 날이 거의 없다.

박씨는 "중학생, 초등학생 딸이 둘 있는데 주 5일 수업 한다 하니 솔직히 말하면 달갑지 않다. 학원·과외 공부를 더 시킬수도 없고 집에서 봐 줄 수도 없고 그렇다"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 하나를 두고 있는 송현식(38·가명)씨 역시 근심이 많다고 했다. "토요일 오전 나절이라지만 당장 어린이집 같은 데를 알아봐야 하나 걱정"이라고 했다.


▲ 현장여건 더 치밀하게 살펴봐야

인천의 교육단체들도 주 5일 수업제를 두고 기대보다는 우려를 더 하고 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인천지회 정지혜 사무국장은 "정부가 사실상 아무 대책없이 주 5일 수업제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하고 "결국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자녀들이 문제다. 초등학교 저학년들은 학교에서 돌봄교실 운영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조금 큰 아이들의 경우엔 부모님들이 사교육을 더 시킬 가능성이 높다. 사교육을 더 못 받을 처지의 학생들은 인터넷 게임에 빠지는 등 생활관리가 안될 수 있다. 이런 구체적인 부분에서 정부 발표는 부실한 점이 많다"고 했다.

전교조도 내년 전면시행 전까지 정부가 세울 대책이 많다고 지적했다.

인천지부 조우성 정책실장은 "정부발표는 주 6일에 할 수업을 5일 동안 한다는 것인데 부작용이 클 것이다. 교사의 경우 정규수업 외에 방과 후 수업 등으로 업무부담이 많다. 학생들도 부담이 크긴 마찬가지다. 실제 5일 수업이 가능한지를 살펴보고 세심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 재원마련 등 계획 내실화 절실

토요일, 학생들의 시간과 생활관리를 위해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은 두 갈래로 크게 나뉜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해선 돌봄교실을 확대하고 초교 고학년 이상 학생들에겐 교내 특별활동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토요일 오전 특별활동을 스포츠 위주로 운영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매주 토요일을 일명 '스포츠데이'로 정하고 전문 강사를 채용해 학생들이 다양한 운동을 할 수 있게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다른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토요일 특별활동을 두고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 양희숙(53·가명)씨는 "주 5일만 일하는 건 물론 좋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토요일 특별활동을 강화하게 되면 스포츠 뿐 아니라 다양한 방안들이 나올텐데 전부 외부에 위탁을 줄 순 없고 결국 교사들이 토요일에 학교에 나와야 한다는 건데 그럼 주 5일제를 하는 의미가 없지 않나"라고 했다.
인천의 중학교 교사 김형태(45·가명)씨도 "교내 특별활동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외부위탁을 위한 재원마련 계획도 아직 없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돌봄교실 확대운영에도 보완할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인천에는 숫자만 놓고 볼 때 다른 대도시보다 돌봄교실이 많다. 232개 학교 중 227곳이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토요일에도 운영하는 곳은 119곳(52.4%)이다.

부산에선 돌봄교실을 둔 초등학교 146곳 중 토요일에도 운영하는 곳이 7곳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재원이다. 정부와 인천시교육청은 토요일 돌봄교실을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운영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동안 복지계에서 여러 번 제기돼온 돌봄교사의 처우개선에 대해서도 아직 별다른 방안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예산 추가투입에 따른 부담 때문이다. 부모들은 아이를 맡긴 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회 정지혜 사무국장은 "돌봄교실은 결국 상대적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정책이다. 비용이 걸림돌이 된다면 결과적으로 많은 아이들이 방치상태에 빠질 수 밖에 없고 그건 큰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대책이 세분화되고 확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승환 기자 berita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