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자 짧은 칼럼 깊은 울림생동감 넘치는 교감 본보기
   
▲ 유쾌한 420자 인문학=최준영 지음/이룸나무


노숙인 인문학자 또는 거리의 인문학자, 거지 교수라는 다양한 별칭을 갖고 있는 최준영 경희대 미래문명원 실천인문학센터 교수가 매일 아침 페이스북 뉴스피드란에 써내려간 420자 칼럼을 묶은 <유쾌한 420자 인문학>(도서출판 이룸나무)을 발간했다.

이 책은 그가 매일 쓴 420자 칼럼 중에서 엄선한 90꼭지와 인문학적 관점에서 접근한 작가론, 세상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여러 부조리, 정감 넘치는 소소한 일상에 대한 인문적 분석을 한 노트 칼럼 37꼭지를 소통, 관계, 관용 등의 3개 장으로 구분해 소개하고 있다.

사회지도층의 비도덕성, 세상의 부조리와 모순 등에 대해 그가 써내려간 칼럼들은 촌철살인의 언어와 허를 찌르는 통쾌함, 세상에 대한 유쾌한 난타, 복잡한 인간사에 대한 다채로운 시선들이 교직되어 있다. 세상을 균형 잡힌 시선으로 바라보는, 다양한 스펙트럼, 입체적인 시각을 갖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특히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접어들면서, 그 누구나 매일 수도 없이 글을 써야 하는 네티즌들에게 자신들의 생각을 적확하고, 맛깔스럽게 전할 수 있는 짧은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교과서와 같은 글쓰기의 표본이 살아 넘친다.

저자는 '스마트폰 1천만 시대, 우리 삶도 스마트해졌을까'에선 스마트폰과 더불어 우리의 삶도 '스마트'해졌는지 의문을 던지며 TV가 그랬듯이 스마트폰 역시 소통을 위한 수단이지만 그 역기능을 우려한다. 즉 스마트폰 시대의 소통은 진정한 소통이 아니라고 한다. '통계학의 지배'에선 스포츠 경기부터 정치, 경제, 역사가 통계학의 자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여론조사라는 통계학이 현실을 왜곡할 수도 있음을 지적한다.

저자의 페북 친구 권일주 씨는 그의 칼럼에 대해 "짧다고 얕보지 마라! 420자로 어제를 씨줄 삼고, 오늘을 날줄로 당겨 짜깁는 내일의 슬기가 있다. 투박하다고 지레짐작하지 마라. 머리를 내려치는 예리가 가슴을 후벼 파는 감동이 있다. 코끝 시큰, 미간 불끈, 분기탱천하다가도 자지러지는 희노애락의 비빔밥을 맛보고 싶다면 말이다"고 평한다.

이 책은 소셜 네트워크 시대, 쌍방향 교감을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저자가 쓴 칼럼에 달려진 페북 친구들의 댓글 중 일부를 소개해, 저자의 생각에 대해 네티즌들이 밝힌 생각, 그리고 상호 교감 등을 지면을 통해 중계한다. 소셜 네트워크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어떤 소통을 하며, 어떻게 관계를 발전시키고,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관용의 단계로 발전해 가는지, 이 책은 그 본보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264쪽, 1만4천원.

/조혁신기자 mrpen@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