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하고 무능력한 일꾼 바라보는프랑스 백인사회의 곱지않은 시선그 이면에 감춰진'가진 자의 허영'


 

   
 

- 장폴 뒤뷔아<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 >

독자들 안녕하신가. 지난 한 주 동안 장맛비가 쏟아지고 태풍이 불었는데 모두 무사태평하셨는지 걱정된다. 그래도 신문 읽을 여유가 있는 걸 보면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믿겠다.

본 기자는 태풍이 불던 날 노심초사했다. 기자가 거주하고 있는 옥탑방 지붕이 작년 태풍이 할퀴고 갔을 때 인천문학경기장 지붕과 함께 훌러덩 날아갔기 때문이다. 이재민이라 할 수 있는데 정부나 시로부터 지원 한 푼 못 받았고 구호품도 못 받았다. 높으신 분께서 기왕 이렇게 된 것 마음이라도 편히 하라고 한 말을 떠올리면서 그냥 뻥 뚫린 천장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버텼다. 왜 집 부서진 얘기를 하며 궁상을 떠냐고 뜨악할 독자가 있겠다. 바로 집수리와 관련된 소설을 소개하기 위함이다.

바로 프랑스 작가 장폴 뒤뷔아가 쓴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란 소설이다. 장편이라고 해서 지레 겁부터 먹지는 마라. 아주 짧고 간결한 장편소설이다. 우선 작가 장폴 뒤뷔아를 소개하겠다. 서평에서 저자부터 소개하는 것은 판에 박히고 정형화된 패턴이지만, 어쩌겠는가? 그런 식으로 글을 쓰는 게 쉽고 독자들 눈에도 익숙하니 진부함을 무릅쓰고 그렇게 쓴다.

작가 장폴 뒤부아는 1950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태어났다. 참, 본 기자 프랑스에 가 본적도 없고 앞으로 갈 계획도 없다. 그러니 툴루즈가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냥 책에 나온 대로 받아쓰는 거다. 그는 소설 <케네디와 나>로 프랑스 텔레비전 문학상을, <프랑스적인 삶>으로 제100회 페미나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현재 <누벨 옵세르바퇴르>의 기자이자 리포터로 활약하고 있다. 지금까지 열여덟 권의 소설을 썼다. 참 많이도 썼다. 또 에세이와 여행기도 쓴다고 한다. 본 기자 밥벌이를 위해서 머리를 쥐어뜯어가며 어쩔 수 없이 잡문을 쓰는데 장폴 뒤뷔아는 잡다한 것도 잘 쓴다. 주요 작품으로는<프랑스적인 삶>, <케네디와 나>, <타네 씨, 농담하지 마세요>, <난 다른 걸 생각해>가 있다.

자, 이제 소설로 들어가 보자. 주인공은 프랑스 지식인 출신이고 이 소설의 화자 타네다. 그는 어느 날 우연히 삼촌의 대저택을 유산으로 물려받고 그걸 뜯어고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소동이 소설의 주된 스토리다.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도 역시 짠돌이 지식인이니 집 고치면서 돈 좀 아끼려고 한다. 그래서 전문 공사업체에 집수리를 맡기지 않는다. 그는 직접 인력시장을 뒤져 일꾼, 쉬운 말로 '노가다' 꾼들을 찾아낸다. 그런데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같이 화자인 타네 씨를 괴롭힌다.

화자를 괴롭힌 노가다꾼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이들은 배관공, 전기공, 지붕공, 페인트공 등 집 고칠 때 반드시 있어야 하는 노가다꾼들이다. 이 노가다꾼들은 대개 이주노동자들이다. 작가는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이들의 우스꽝스러움과 뻔뻔함을 그리고 무능력함을 드러내고 있다. 독자들은 프랑스 백인사회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드러냈다고 비판할 만도 하다. 본 기자도 그런 느낌을 좀 받았다. 하지만 뭐 대놓고 이주노동자들을 다 내쫓아야지 하는 무식하고 천박한 선동은 하지 않으니 그냥 그런 것쯤은 참고 읽어라.

그런데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자. 이 소설은 이주노동자, 노동자에 대한 프랑스 주류들의 시각을 드러내기보다는 호화로운 대저택을 수리하고 소유하려는 주인공을 통해 프랑스 주류들의 허영을 비추고 있다. 독자들 중에도 가슴이 찔리는 분들 계시지 않은가? 하지만 인생은 반성하면서 살아야 한다. 코믹과 풍자가 어우러진 이 소설을 읽으며 오늘 우리 사회의 모습을 살펴보자. 그나저나 본 기자 옥탑방 지붕은 무슨 돈으로 고치나.

/조혁신기자 mrpen@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