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살 누는 서민경제'실제로 들여다보니
   
▲ 26일 인천시 남구 주안 신기시장을 찾은 주부들이 생선류를 살펴보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뛰는 장바구니 물가에 주부와 상인 모두 한숨이 커가는 모습이다./박영권기자 pyk@itimes.co.kr


4인 가족 한달 식비 50만원 훌쩍...상인들도 음식재료 값 인상 부담
국내 물가상승률 OECD 중 1~2위...정부·지자체 안정대책 마련 시급




치솟는 물가에 서민경제가 신음하고 있다. 장보기가 '무섭다'는 시민들. 돈을 넉넉히 준비하고 할인품목을 골라 사도 장바구니는 가볍기만 하다. 식자재와 각종 식료품 가격이 오른 탓에 대부분 식당에선 밥 한끼가 1만 원에 육박한다. 음식값이 천정부지로 뛰니 외식 부담이 적지 않다. 엎친 데 덮친 격. 미용·서비스 요금에 이어 올 하반기엔 공공요금도 줄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서민들 얼굴에 주름살이 늘고 있다.
 

   
▲ 인천 전통시장 주요 품목 가격 변동 /자료=인천시


▲식자재 값 껑충, 장보기·외식마저 부담

"요즘은 시장 한 번 나올 때 마다 기본 10만원은 쓰는 것 같아요. 뭐든 하나같이 값이 올라 살 수 있는게 별로 없어요."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사는 주부 김영주(48) 씨는 지난 24일 전통시장을 가기 전, 장 볼 목록을 미리 썼다.
돼지고기와 계란, 각종 채소와 아이들 간식용 빵과 우유, 과자 등. 사야할 품목과 예상가격을 나란히 정리한 뒤 돈을 챙겼다.

삼겹살 값이 500g에 1만4천원, 볶음용 고기도 500g에 1만원이다.

남편과 먹성 좋은 아이 셋, 김씨 가족 총 다섯식구가 저녁으로 먹으려면 고기 2㎏도 부족할 터.

김씨는 고민하다 결국 비교적 값이 싼 닭고기로 품목을 바꿔 6천원짜리 닭 3마리를 샀다.

계란 한 판 4천500원, 고등어 2마리 8천원, 묶음 쌈 채소 1봉에 3천500원 짜리 2봉, 두부 1모 1천500원. 고추와 당면, 고구마를 사자 5만원을 훌쩍 넘었다.

김 씨가 예상한 가격은 맞는 게 하나도 없었다.

"아유, 그 새 또 올랐네요. 이젠 100~200원 오르는 게 아니라 기본 500원 씩은 턱턱 오르는 것 같아요."
마트에 들러 과자 몇 개와 음료수, 우유를 집자 만원. 근처 빵집에서 식빵과 빵을 대여섯개를 들자 1만원은 기본이다.

"오늘도 10만 원 가까이 썼네요. 이렇게 일주일에 한두 번 장을 봐요. 아이들이 많고 한 창 클 때라 딴 건 몰라도 먹는 건 줄이기 어려워 부담이죠."

지난 해 외식을 포함 한 달 40만원 안팎이던 식비가 지금은 60만원으로도 부족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주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연수구에 사는 주부 임윤주(37) 씨는 대형마트 전단지를 미리 보고 온 뒤 할인품목만을 골라 산다.

시간대별 할인품목을 정리해 오고 그나마 저렴한 마트 자체 브랜드 상품(PB) 위주로 장을 본다.

이렇게 골라가며 물건을 사도 임 씨 가족 4명에게 드는 한 달 식대가 50만 원을 넘는다.

임 씨는 "요즘은 아낀다고 해도 먹는 것에만 이 정도 든다"며 "가스, 전기, 차 기름값 등 기본 생활·유지비가 100만원으론 턱도 없다"고 말했다.

오른 물가에 물건을 파는 상인들도 아우성이다.

구월동 전통시장에서 20년째 계란과 채소 등 각종 식자재를 파는 이철환(58) 씨는 "물건을 들여오는 가격이 크게 올라 몇 개 못 들여 놓죠. 손님들은 다들 비싸다며 깎아 달라는데 저희도 맘처럼 쉽지 않아요"라고 하소연했다.

물건을 들었다 놨다 하며 망설이는 손님도 부지기수. 요즘은 물건을 팔 때 승강이 10분은 기본이라고 한다. 어떨 땐 손해를 보며 팔기도 한다고 이 씨는 토로했다.

음식점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식자재 값이 오르니 음식값도 뛰는 것은 당연지사. 쌀, 밀가루, 콩, 식용유, 파, 마늘, 고추장 등 양념 값도 모두 크게 올랐다.

중구에서 중국요릿집을 운영하는 한승진(55) 씨는 "재료비가 천정부지로 뛰는데 우리만 가격을 안 올릴 수 있나요? 손님들이 오른 가격에 놀라죠. 그렇지만 저희도 식재료 값 인상으로 부담스럽긴 매한가집니다"라고 말했다.

▲하반기 공공요금도 줄인상

머리를 깎을 때 드는 미용비가 싼 곳은 6천원. 기본 1만원이다. 목욕료는 4천~5천원으로 찜질방까지 이용하면 비싼 곳은 1만 원 넘는다.

미용·서비스 요금뿐 아니라 인천지역 공공요금도 앞으로 줄줄이 오를 예정이다.

인천시는 지난 15일 '물가안정 대책 추진상황 보고회'를 열고 그 동안 하수도 사용료 등 공공요금 인상 억제가 재정 부담을 가중시킨다 보고 하반기부터 지방공공요금을 인상키로 했다.

이에 따라 하수도 가정 사용료는 하반기부터 20㎥ 기준으로 현재 3천800원에서 40% 가량 인상돼 5천320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지하철과 버스요금도 값이 뛴다.

요금이 22.2% 가량 올라 기본요금이 900원에서 1천100원으로 인상된다. 이는 카드 할인요금으로, 현금을 내면 1천200원을 내야 한다. 시외버스도 시내버스 요금 인상 폭에 맞춰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정부가 추진해 온 '기름값 100원 인하' 정책도 7월6일이면 끝난다. 이 때문에 차량용 기름값 인상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인천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올 초 국내 물가상승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2위를 차지할 정도"라며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한 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의 물가안정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시 경제수도정책관실 지역경제팀 관계자는 "하수도 사용료와 버스, 지하철 요금은 각각 지난 2008년과 2007년 동결된 뒤 엄청난 적자가 쌓이고 있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와 군·구별로 물가대책종합상황실을 운영하고 77가지 개인서비스 항목에 대해 실시간 물가 모니터에 나서고 있다"며 "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조현미기자 ssenmi@itimes.co.kr






올해 6월 기준 음식값 얼마나 올랐나?

◇일반음식점
●남동구 구월동 한일해장국 7천원→8천원
●연수구 선학동 통영굴밥집 굴밥정식 1만원→1만2천원
●중구 신포동 청실홍실 모밀면 4천원→5천원
●동구 송림동 아리랑회관 김치찌개 5천원→6천원

◇프랜차이즈
●옹기네 무지락 삼겹살 1인분 1만원→1만2천원
●놀부보쌈 보쌈(소) 2만8천원→2만9천원, 보쌈(대) 3만6천원→3만8천원
●명동돈가스 히레가스 9천원→1만1천원
●명동교자 칼국수 7천원→8천원
●새마을식당 연탄불고기 7천원→8천원





현명한 주부의 알뜰 장보기 TIP

1. 유통업체별 자체 브랜드 상품(PB) 활용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내놓는 자체 할인품목은 기존 제품보다 20~50% 싸다.
세븐일레븐에서 파는 PB 아이스크림은 500원으로 지난 달 판매 1위에 올랐다. 다른 아이스크림 900~1천500원에 견줘 싼 편.

2. 조각과일과 묶음상품 활용
수박 한 통이 2만 원에 달하면서 작게 조각 내 파는 수박이 인기를 끌고 있다. 파인애플도 마찬가지. 먹을 만큼만 싸게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과자류는 여러 종류를 묶어 할인해 파는데 아이들이 많은 가정과 유치원 등에게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