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역사 데이비드 존슨턴 지음/부글고대 철학속 개념부터'사회정의'까지 변천사 다뤄
   
 


<정의의 역사>(데이비드 존슨턴·도서출판 부글)는 과거의 정의관들을 살피면서 정의를 인류 문화라는 큰 맥락 속에서 다루며 현재의 정의를 구현할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역사 속에 등장한 정의관들은 2개의 영역으로 나뉜다. 공리주의와 의무론적(deontological)인 이론이 있다.
공리주의 이론은 한 가지 목념를 세우고 그 목표를 근거로 정의개념을 도출해내는 이론이다. 이때 가장 빈번하게 거론되는 목표가 바로 행복의 추구이다. 이것을 공리의 원칙 또는 최대 행복의 원칙이라고 부른다.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실용주의도 공리주의로 분류된다. 의무론적 이론에는 정의는 의무의 문제라는 확신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 어떤 이유로도 팽개칠 수 없는 의무가 정의라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좋고 나쁘고를 떠나 옳은 것이 있다는 사상이 바탕에 깔려 있다.
고대의 정의관들을 보면 상호성을 바탕으로 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던 것이 플라톤의 등장으로 목적론적인 정의관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이 두드러지게 되었다. 그 후로 정의관의 역사에는 상호성에 바탕을 둔 정의관들과 그런 관점의 폐기를 노려 개발된 목적론적 이론들 사이에 긴장이 팽팽하게 흐르게 되었다고 한다.
정의관에 큰 영향을 미친 사고의 혁신은 두 번 일어났다고 한다. 모두 고대에서 일어난 일이었으나 근대 들어서 폭넓게 수용됐다. 첫번째 사고의 혁신은 인간들은 사회적 세계를 자신들의 의도대로 형성해나갈 수 있다는 인식이 꼽힌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의 소피스트들 사이에 처음 나타난 인식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모든 인간들은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는 인식이다. 이것 역시 고대 스토아 철학에서 시작되어 기독교 운동을 타고 세계 각지로 전파되었다.
이 사고의 혁신에 새로운 통찰이 가세했다. 근대 사회들 안에서 일궈지는 거의 모든 부는 단순히 개인들의 생산물을 하나하나 모은 것이 아니라 사회적 산물이라는 깨달음이었다. 그리하여 '사회정의'라는 개념이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사회정의'가 힘을 얻었던 것은 시대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18세기 중반과 후반에는 빈곤이 다반사였다. 기근과 아사가 예외적인 일이 결코 아니었다.
정의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사회정의라는 개념의 개발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인간들이 계획에 맞춰 사회적 세계를 다시 다듬을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그 바탕에는 인간은 가치 면에서 동등하다는 가정이 자리 잡고 있다. 사회정의라는 개념은 정의에 대한 인식을 바꾸면서 많은 이론을 낳았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 사회정의가 전부인 것처럼 인식하는 분위기가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하며 상호성을 존중할 줄 아는 감수성, 즉 정의감을 되살리자고 주장한다.
저자는 "사회정의의 개념을 정의라는 보다 큰 개념의 한 부분으로 재창조해야 한다. 이 정의 사상에서는 시민들 사이의 상호 존중과 상호성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관계라는 개념이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 그리고 글로벌 정의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려할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360쪽, 1만5천원
/조혁신기자 mrpen@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