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렌스 더럴
   
 


독자들 안녕하신가? 날씨가 무척 더워졌다. 책읽기가 짜증나는 계절이다. 그래도 읽어야한다. 배워서 남 주는 거 아니다. 자신에게 살이 되고 피가 되는 거다.
소설 한권을 소개하려고 한다. 왜 허구한 날 소설만 소개하냐고 볼멘소리 하는 독자 분들이 계실 터. 굳이 한마디 못을 박아두자면, 글 쓰는 기자 마음이니 더는 토를 달지 마라.
이번 주에는 영국 출신의 작가 로렌스 더럴(1912∼1990)의 연작 장편소설 <알렉산드리아 사중주>를 소개한다. 이 소설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총 4부작 4권으로 구성돼 있다. 1부 '저스틴', 2부 '발타자르', 3부 '마운트 올리브', 4부 '클레어' 순서이다. 분량이 무척 방대하다는 얘긴데, 본 기자는 제1부 '저스틴'편만을 읽었다. 나머지 세 권은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읽을 계획이다.
우선 로렌스 더럴을 수박 겉핥기로 소개한다. 그는 인도 다르질링에서 태어났다. 영국에서 학교를 다닌 후 통신원으로 세계 각지를 떠돌아다녔다. 그러다가 1938년 파리에서 <검은 책>이라는 데뷔작을 발표한다. 이 작품은 1930년대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T.S 엘리엇의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이후로 여러 성공작들을 잇달아 내놓았는데, 무엇보다 로렌스 더럴의 최고작품을 꼽는다면 바로 <알렉산드리아 사중주>가 되겠다.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집트에 체류하면서 쓰기 시작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전쟁의 암울한 분위기와 인간 심리의 복잡함을 알렉산드리아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심미적으로 그려내기 시작한다.
이 소설은 비극적인 로맨스가 주된 테마다. 즉 지금껏 사랑을 해본 적이 없는 분들은 이 소설이 지니고 있는 인간 존재의 비극성과 처절한 사랑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옛날 약장수들이 약을 팔 때 매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동네 조무래기들이 모여들면 '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라'고 말하는데 사랑 한 번 못해본 분들은 그냥 이 책 읽지 마라. 봐도 뭔 소린지 전혀 모른다. 그러나 정말 단 하룻밤 풋사랑이라도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소설이 지니는 엄청난 마력에 홱, 넘어가고 말 것이다.
제1부 '저스틴'은 1957년 발표되었다. 저스틴은 소설의 화자와의 연인이다. 저스틴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아름답고 돈도 엄청 많은 여자다. 그런데 이 여자, 아쉽게도 명은 짧지 않다. 대한민국 수컷들은 '돈 많고 명 짧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가. 농담이다. 다시 줄거리로 돌아가자. 화자와 저스틴은 금지된 사랑을 나눈다. 왜 금지된 사랑이냐구? 거 정말 몰라서 묻는 건가? 저스틴은 재벌 사업가 네심을 지아비로 모시고 있는 유부녀이기 때문이다. 화자는 결혼은 안했지만 사실혼 관계라 할 수 있는 비련의 여인 말리사와 동거를 하고 있다. 자, 독자들 짐작이 가시겠지만, 이 소설은 화자와 저스틴의 금지된 사랑을 주축으로 이들 인물들 사이에 얽히고설킨 갈등과 증오, 연민을 그리고 있다. 사실 이 소설의 마력과도 같은 흡인력은 저스틴이라는 신비로운 여인에게서 분출되어 나온다. 이 여인은 뭇 남성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심장을 불태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본 기자도 저스틴에게 홀딱 반해버렸다. 꿈속에서도 저스틴이 등장할 정도이니 본 기자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참 주책이다.
어쨌든 사랑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분, 지금 사랑에 빠져 사랑의 노예가 된 분, 앞으로 정말 멋지고 신나는 사랑을 꿈꾸는 분들이 계시다면 반드시 이 소설을 읽어보시라. 진짜 재밌고 눈물 난다. 별 10개짜리다. 참, 별은 본 기자 맘대로 주는 것으로 과학적 근거나 합리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점을 밝힌다. /조혁신기자 mrpen@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