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의 고군분투 생존기
   
▲ 레알 청춘=청년유니온


<레알 청춘>(저자 청년유니온, 도서출판 삶이 보이는 창)은 화려한 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진짜 청년 노동자들의 삶을 기록한 책이다.

남대문시장 도매점 배달원, 비정규직 연구원, 공기업 계약직, 방송작가, 학원강사, 만화작가, 종합격투기 선수, 연극배우 지망생, 지방대 취업 준비생, 방송국 시설 관리 파견 비정규직, 임용고시 준비생. 이들 11명의 청년들은 <레알 청춘>에서 본인들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들려준다.

이들에게 연봉 3천만∼4천만 원과 주5일 근무는 그림의 떡이다. 계약직, 파견 비정규직 같은 불안정 노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자존감을 지키려 하고 노동자로서의 자신을 자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장하지 않으면서 청년들을 부려먹는 구조라면 과연 일하고 싶을까?

보습 학원의 강사였던 유혜원 씨는 원장이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했다. 게다가 "네가 잘 모르나 본데…"라며 자신을 무시하곤 했다. 그러나 혜원 씨는 끈질긴 투쟁을 통해 밀린 월급을 받아내고야 만다.

방송작가 장인영 씨(가명)는 소위 '막내작가'로 일할 때 한 달에 80만 원을 받았다. 아침부터 밤까지 뛰어다니며 일한 대가였다. 젊은 날의 체험, 경험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착취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국내 최고의 명문대라는 카이스트 대학원을 졸업한 고학력자도 예외는 없다. 장주영 씨가 비정규직 연구원 일을 하며 받은 월급은 겨우 최저임금에 맞춘 89만 원이었다. 그녀 역시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며 월세 내기에 급급한 생활을 했다.

공기업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한지혜 씨의 사례는 등록금 문제의 정점을 보여준다. 그녀는 대학에 다니는 동안 총 2천 800만 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지금 그녀의 20대는 온전히 빚을 갚는 데 바쳐지고 있다.

이렇게 늘상 불안에 노출된 삶속에서도 주인공들은 쉽게 자신을 비하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자신의 간절한 꿈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주인공들 역시 결코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연봉 100만 원조차 받기 힘들지만 차근차근 연극배우의 길을 가고 있는 박다정 씨, 입시 만화 학원에서 강사를 하며 틈틈이 만화를 그리고 있는 박해성 씨, 링에 오를 때마다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링에 올라가면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우는 종합격투기 선수 차준호 씨(가명)가 이들이다.

얼마 전부터 '청춘'에 관한 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본 청년은 위로와 동정의 대상이다. 그러나 현실을 헤쳐 나가야 하는 청년들에게 그런 말들은 잠깐의 도피처밖에 될 수 없다.

<레알 청춘>은 위로와 동정 대신 다른 것을 요청한다. 있는 그대로 청년들의 삶을 바라볼 것, 그 속에서 무수한 불평등과 제도를 함께 바꾸어갈 길을 찾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를 전달한 저자들인 청년유니온은 르포 작가와 함께 몇 개월간의 세미나를 진행하며 인터뷰와 글 쓰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녹음기와 수첩, 카메라를 들고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다녔다. 2명은 자신의 재능을 살려 그림을 그려 넣었다.<레알 청춘>은 그렇게 탄생한 지난 1년간의 소중한 결과물이다. 1만3천원, 256쪽.

/조혁신기자 mrpen@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