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가시노 게이코<명탐정의 규칙>

독자 분들 한 주 동안 안녕하신가? '책과 사람'이라는 글을 쓰면서 참, 시간이 로빈 후드 선생이나 윌리엄 텔 선생의 화살만큼 빠르게 흘러가는 것을 느낀다. 무슨 말씀인가 하면, 본 기자가 한 주 안에 책 한권을 읽어야 하고 설악산 흔들바위처럼 변함없이 제자리에서 건들거릴 뿐 전혀 교양수준의 진척이 없는 돌 머리로 그 내용을 요약해서 기사 한 꼭지로 송고해야한다는 어려움을 전하고자 함이다.

2년 6개월 동안 중단됐던 '책과 사람'을 다시 쓰면서 본 기자 중국 현대소설가 중 가장 잘 나가는 류전윈의 소설과 정신분석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어빈 얄롬의 소설을 소개했다. 그리고 칠레 민중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등장인물로 나오는 영화 <일포스티노>와 그 원작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맛보기로 선보였다. 지금까지 소개한 책들은 대한민국 의무교육을 농땡이 없이 받았으면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교양을 갖춘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의무교육 시간에 농땡이, 땡땡이를 부린 독자들이 아우성이다. 좀 더 대중적인 책들도 소개해달라고 말이다. 독자들 입맛 참 까다롭다. 허나 어쩌랴 독자 알기를 왕으로 여기는 신문사 방침에 따라 이번 주에는 대중적인 책을 한 권 소개하련다.

바로 동북아시아 최고의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코(東野圭吾)의 소설집 <명탐정의 규칙>이다. 본격 문학도이자 지역 언론계에서 보기 드물게 지적인 언론인임을 자부하는 본 기자, 추리소설을 읽는 것이 영 못마땅하고 시간낭비인데, 요즘 하릴없이 방바닥에 뒹굴며 빈둥거리다가 발가락 끝에 잡히는 책이 있어 읽기 시작했다. 참, 히가시노 게이코의 국적이 궁금하신 분들이 있겠다. 이 사람 일본사람이다. 절대 조선사람 아니다.

우선 이 책 추리소설 마니아들이라면 반드시 읽어볼만한 책이다. 그리고 비평하는 거 좋아하는 독자들도 읽어봐라. 왜냐면 장르문학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주기 때문이다.

이 책을 요약하자면(오늘은 줄거리는 생략한다. 추리소설의 줄거리를 미리 알려주면 누가 이 책을 읽겠는가?), 명탐정 덴카이치가 등장해 사건을 풀어내고 화자인 오가와라 경감이 이를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형식을 취한다. 재밌는 것은 이들 주인공들이 독자들이 읽고 있는 사건이 추리소설임을 아예 대놓고 떠들고 있다는 점이다.(흔히 우리는 이런 걸 까발린다고 표현한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소설을 읽고 있는데 소설 속 등장인물이 '당신이 읽고 있는 건 소설'이라고 떠드는 것이. 어쨌든 작가는 이들의 떠벌림 혹은 까발림을 통해 기존 추리소설들이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추리소설의 고정된 패턴을 알려주고 그 진부함을 낱낱이 조롱한다.

물론 여기에 실린 미스터리 단편 추리소설들은 흥미롭다. 게다가 이 작품은 추리소설의 명작임이 틀림없다. 새로운 패턴의 추리소설… 블랙유머가 후쿠시마 앞바다 천일염 염전에서 생산된 방사능성 소금 양념으로 짭짤하게 뿌려진 추리물의 새로운 장르라고 평할 수 있겠다.

시간 때우기 용으로 별 5개를 줄 수 있겠다. 정말 높은 점수다. 그리고 재미와 흥미에 별 4개다. 우와, 평균 별 4.5개다. 추리소설 마니아들은 반드시 읽어볼 책이다. 그리고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인생을 살면서 스마트폰이나 긁적이면서 스스로를 '무개념'이라는 형이상학적인 화두에 붙들고 있는 독자 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초특급 액션 심심풀이용 땅콩이다.

책값은 1만 3천800원이나 그리 돈이 아깝진 않을 거다. 국산 땅콩 1㎏도 그 정도 가격이다. 그러니 주머니 팍팍 털어라! 물론 본 기자 이 책 돈 주고 안 샀다. 그렇다고 해서 독자들도 공짜로 책 보려고 할 생각마라. 출판사 분들도 먹고는 살아야하지 않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비가 미덕이다. 이상 서평 끝.

/조혁신기자 mrpen@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