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민수씨는 곽병룡 상좌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며 용기를 주었다. 곽만수씨는 막내 동생의 이야기를 잠잠히 듣고 있다 막내조카의 혼사 문제를 꺼냈다.
『병기는 올 가을에 결혼하겠다고 하던데 아무 일 없갔나?』
『글쎄요. 정숙이네 부모한테는 혼사가 끝날 때까지 인구가 남조선으로 넘어간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병기란 놈이 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습네다.』
『인구 그 아이가 남조선으로 넘어간 것을 병기가 모르고 있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그놈도 괴롭갔디. 길티만 처가가 될 집안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알리고 그쪽의 뜻을 듣는 것이 바른 길이야. 정숙이네 집안과 우리 집안이 아버지 때부터 친교를 해온 집안인데 우리가 인구 그 아이의 월남 사실을 감추면 혁명열사릉에 누워 계신 둘째 형님과 우수리 강가에 누워 계신 셋째 형님 영전에 침을 뱉는 격이야.』
『병기의 혼사가 어그러질까 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저도 그 동안 많이 괴로웠습네다.』
『혼사가 어그러져도 도리 없다. 속일 걸 속여야지 그 집안에다 그런 걸 감출 수는 없다. 병기를 만나거든 다시 일러주어라.』
『길케 하갔습네다.』
『기럼 내 차 타고 우리 집에 좀 가자. 아까 말한 대로 딸라를 좀 빼 줄 테니까.』
『여기서 같이 점심 먹고 대성산에나 다녀온 연후에나 가도록 해라우.』
곽만수씨가 동생의 조급증을 나무라며 안에다 대고 빨리 점심 밥상을 차리라고 소리쳤다. 그 소리에 놀란 듯 식당 일을 돌보는 아주머니가 다가와 점심준비 다 되었다고 일러주었다. 세 사람은 식당 방으로 건너가 집안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점심을 먹었다.
『병룡아, 이제 가면 너랑 나랑 언제 다시 만나 밥이라도 한 끼 같이 먹으면서 오늘처럼 만단 소회 풀어 볼고? 내가 일케 다리가 불편해 죽을 날만 쳐다보고 있으니 너희들 사는 신풍서군으로 가볼 수도 없고….』
혁명열사릉으로 가기 위해 작은아버지와 함께 현관을 나왔을 때 곽만수씨가 지팡이를 짚고 대문까지 걸어나와 눈물을 글썽이며 석별의 아픔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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