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바다, 푸른 숨·그 여름 비'등 잔잔한 단편 수록


 

   
 

겨울소나타 | 우선덕

문학평론가 이찬은 작가 우선덕의 작품이 "매작품마다 창작 시기를 표시해 놓지 않으면 그 작품이 언제 쓰인 것이고, 어느 시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구분하기가 매우 힘들다. 그것은 우선덕 작가가 자신의 작품 속에 각 시대를 쉽게 알 수 있게 해주는 시대적·사회적 상황을 분명하게 그리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하면서 우선덕 작가의 주요한 특징을 '몰시대성'과 '몰사회성'으로 꼽았다.

그것은 등장인물들의 삶의 공간을 시간적ㆍ공간적으로 풀어놓을 수밖에 없는 문학작품의 특성상 작가의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작가의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시간적ㆍ공간적 배경으로 작품을 이끌어가기보다는 '등장인물의 내면세계와 내면세계를 형성한 주인공의 인간적 본질과 본성에 초점을 맞춘' 결과일 것이다.

그래서 "35년간 작품을 써오며 늘 삶의 현상과 그 현상의 중심에 놓여 있는 인간의 모습에서 '서사의 핵'을 찾고 있었다"는 문학평론가 이찬의 평가는 적절하다.

우선덕 소설집 <겨울소나타>(문예출판사)는 그간 작가 우선덕이 써온 작품 중 인간의 모습을 가장 인간답게 표현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통풍과 당뇨, 뇌경색으로, 그 후 종양이 발견돼 뇌수술을 받고, 뒤늦게 근육수축마저 보태져 차츰 식물인간이 된 아내의 병수발을 하는 남편(김 선생)의 이야기인 '먼 바다, 푸른 숨'과 이혼 후 언니 집에 얹혀사는 정희가 우울증을 겪는 이웃집 여자에 대한 연민을 그린 '그 여름 비',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고 대리운전을 하던 경서가 또 다른 친구와 행상을 나섰다가 삶의 비애를 엿보는 '환절기', 유부녀인 정희와의 아픈 사랑을 겪는 경서의 이야기인 '겨울소나타' 등 모두 10편의 단편을 실었다.

"어제와 똑같이, 그저께 이 시각과 똑같이 김 선생은 흡입기를 소독하고, 아내 엉덩이의 기저귀를 갈고 따뜻한 물수건으로 아내 몸을 닦아주었다. 식염수로 몸 여기저기 욕창을 세정한 뒤 옷을 갈아입히고 공기매트리스 시트를 간 다음 아내를 뉘였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아내 코밑 가까이 자기 뺨을 가져가 가늠해보았다. 숨결은 먼 바다 같아 바닥을 알 수 없었다. 어제와 똑같이, 아니 지나온 많은 날 매끼니 해온 대로 아내 입을 벌려 기도로 넘어가지 않게 조심하며 미음을 흘려 넣어줬다"('먼 바다, 푸른 숨')라는 소설의 한 대목처럼 이번 소설집은 인간삶의 희로애락이 서정적으로 그려지고있다.

저자 우선덕은 인천에서 태어났다. 경희대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 같은 과를 졸업했다. 대학에 다니던 197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부터 소설가로 살고 있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상(제14회)과 손소희문학상(제2회)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소설집 <굿바이 정순씨>, <옛 로망스>, <이젠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 <내 영혼의 푸른 가시> 등이 있다. 1만1천원, 324쪽

/조혁신기자 mrpen@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