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37) 4부. 꽃은, 죽은 나무들의 마지막 폭죽놀이
탱고(37) 4부. 꽃은, 죽은 나무들의 마지막 폭죽놀이
  • 김진국
  • 승인 2011.0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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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너 그럴 줄 알았어…. 어쩔래? 큰일 났다! 소설에서뿐 아니라 실제 사람 사는 이야기 중에 이런 일은 허다합니다. 함부로 살다가 인생 망친 놈들 많지요. 내연의 처와 힘을 합해서 마누라를 죽여 강에 버린 뉴스…. 여자 때문에 픽션보다 더 강한 논 픽션이 우리 주변엔 널렸습니다. 나 역시 정신 차리고 살아야겠습니다. 2011 김충순, 켄트지 21X29 cm, 연필, 수채.


원룸에 놓여 있는 침대는 싱글이었다. 작은 욕실과 주방이 따로 있었고 베란다쪽으로 탁자와 의자 세 개가 놓여 있었다. 다다와 초이, 라우라는 각각 의자에 앉았다. 다다는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냈다. 나가기 전에 마트에서 음식을 사놓은 것이 다행이었다. 다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한 첫 날밤부터 이렇게 손님을 둘 씩이나 맞이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새벽 4시가 넘은 시간에 여자 손님들을.
라우라는 말없이 의자에 앉아 있고 오히려 초이가 자기 집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원룸이었기 때문에 집 구경을 할 것도 없었다. 욕실 문 한 번 열어보고, 주방 문 한 번 열어본 것이 전부였다. 침대 끝에 있는 벽에는 옷과 이불이 들어가는 작은 벽장이 있었다. 다다의 커다란 여행 가방은 아직 제대로 짐도 풀지 않은채 그 앞에 놓여 있었다.
초이는 벽장까지 다 열어본 뒤에 냉장고에 가서 안주로 먹을 것이 있나 찾아보았다. 다다가 마트에 가서 사온 것은 사과, 바나나 등 과일과 계란과, 음료수 뿐이었다. 초이는 과일을 깎아 접시에 놓고, 주방 수납장 안에서 후라이팬과 식용유까지 꺼내 계란 후라이를 하기 시작했다. 새벽 4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하늘을 가득 채웠던 어둠은 서서히 농도가 옅어지면서 희끄므레하게 변하고 있었다. 라우라는 아무 말없이 베란다쪽을 보고 앉아 있었다. 다다는 베란다의 문을 활짝 열었다.
빌트인 시스템으로 되어 있는 원룸이어서 몸만 들어오면 생활할 수 있게끔 꾸며져 있었다. 없는 것은 딱 하나, 세탁기였다. 안내 책자에는 근처에 있는 세탁소가 표기되어 있었다. 다다는 물컵으로 사용하는 유리컵 3개를 꺼내 탁자에 놓고 맥주를 따랐다. 서울에 갔을 때 그렇게 생각났던 아르헨티나산 낄메스 흑맥주였다.
초이는 계란 후라이가 아니라 애그 스크럼블을 해서 그릇에 가져왔다. 세 사람은 가볍게 잔을 부딪쳤다. 어색한 침묵 사이를 메꾸는 것은 초이의 수다였다. 그녀는 몬테비데오 카지노에서의 무용담을 펼쳐놓았다. 블랙잭을 하면서 가지고 간 돈을 거의 다 잃었는데, 마지막 판에 기사회생해서 거액을 땄다고 했다. 초이가 두 손을 크게 움직이면서 카지노에서의 무용담을 이야기 할 때 그녀는 열에 들뜬 환자처럼 보였다. 목소리의 톤도 높았고 말의 속도도 훨씬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초이의 입에서 박부장과 관련된 단어는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그 빈틈을 예리하게 뚫고 나간 것은 라우라였다.
"박부장은 거기 두고 너 혼자 왔니?"
라우라의 말에 초이는 갑자기 입을 다물어 버렸다. 다다가 얼른 잔을 들어 어색한 침묵 사이를 메꾸었다. 세 사람은 다시 잔을 부딪쳤다. 초이는 원샷을, 다다와 라우라는 살짝 입술만 적셨다. 갑자기 초이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래, 언니. 알고 있겠지만, 난 박부장과 같이 살고 있어. 그리고, 다다와도 여러번 같이 잤어. 언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해?"
초이의 화살이 라우라에게 향하자 라우라는 예기치 못한 곳으로부터 의외의 공격을 받은 짐승처럼 깜짝 놀랐다. 라우라의 얼굴이 가을 홍시처럼 붉게 물들었다.
"무슨 뜻이야?"
"그러니까 나라는 여자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냐고. 구체적으로 말해서, 같이 사는 남자가 있는데, 다다와 같이 잔 것에 대해서 언니는 어떻게 생각해? 그냥 내가 헤픈 여자라고 생각해? 아니면, 섹스중독자라고 생각해? 아니면 다다를 진짜 사랑한다고 생각해"
"왜 나에게 그걸 묻는 거야?"
"난 언니의 생각을 알고 싶어. 솔직히 말해서 지금 이 자리에 내가 없었다면, 두 사람은 술 한 잔 하고 지금쯤 저 침대 위에서 섹스를 하고 있을 거잖아.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 말할 수 있으면 말해봐"

라우라는 낄메스 흑맥주를 원샷으로 바닥까지 들이마셨다. 그녀의 얼굴은 아까보다 더 붉게 물들어 있었다. 다다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초이의 손을 잡고 그녀를 진정시키려 했다.
"왜 그런 이야기를 해? 오랫만에 만나서 춤추고, 밀롱가 끝나는 시간이 애매해서 집으로 와 한 잔 더 하려는 것 뿐이야"
그러나 다다의 말은 오히려 초이를 흥분캐 했다. 그녀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기관총처럼 말을 쏟아냈다. 초이의 목소리는 한층 더 높아져 있었다.
"흥,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고? 당신도 그래. 나를 데리고 와서 처음 잔 날처럼, 똑같이 언니와 자려고 했을 거 아니야. 지금 이 순간, 내가 불쑥 나타난게 너무나 밉지? 나만 없었으면 언니와 신나게 섹스를 하고 있었을텐데, 이렇게 나타난 내가 너무나 보기 싫지?"
라우라가 벌떡 일어나서 초이의 뺨을 때렸다. 한 손으로 뺨을 움켜쥔 초이도 벌떡 일어나더니, 갑자기 몸을 돌려 다다의 뺨을 때렸다. 그리고 침대 쪽을 향하여 다다를 거칠게 밀어버렸다. 다다는 두 발짝쯤 뒷걸음치다가 침대 모서리에 종아리가 걸려 넘어졌다. 초이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초이는 속옷만 입고 서 있었다. 그녀는 베란다로 가서 유리문을 닫고 커튼을 쳤다. 그리고 다시 침대로 가서 다다의 바지를 벗기기 시작했다.
다다는 초이의 손을 밀쳐내려고 했지만 허리가 꺾여져 있었기 때문에 자기의 가슴을 누르는 초이의 손을 피할 수가 없었다. 다다의 바지가 벗겨졌다. 초이는 다다의 위로 올라가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부볐다. 다다는 몸을 꿈틀거리며 초이의 입술을 피하려고 했지만 초이가 위에서 누르는 힘은 상상외로 단단해서 꼼짝할 수가 없었다. 이쪽저쪽 고개를 움직이다가 결국 초이의 입술과 입술을 부딪치게 되었다. 초이는 힘껏 자신의 혀를 그의 입술 속으로 밀어넣었다. 다다는 초이의 혀를 꽉 깨물고 싶었지만 차마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그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힘을 풀고 초이의 혀를 받아들였다. 숨가쁘게 두 사람이 침대 위에서 난투극을 벌이다가 격렬한 키스를 하고 있는 것을 라우라는 우두커니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라우라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자리를 박차고 이 방을 나가는 것과, 끝까지 방안에 남는 것이었다. 라우라의 이성은 당장 이 방을 떠나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두 발은 마치 끈끈이주걱에 붙잡힌 곤충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소돔과 고모라를 탈출하던중 뒤돌아보다가 소금기둥이 된 롯의 아내처럼, 우두커니 서서 초이와 다다가 침대위에 뒤엉켜서 격렬한 키스를 하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초이는 키스를 하는 고개를 움직이지 않으면서 두 손을 움직여 자신의 브라자와 팬티를 벗었다. 이제 그녀는 눈부신 알몸이 되었다. 그리고 다다의 셔츠 단추를 하나 하나 풀기 시작했다. 빠른 손놀림으로 금방 다다의 셔츠 단추를 다 풀었다. 옷을 완전히 벗기기 위해서는 다다가 팔을 들어 주어야만 했다. 다다는 망설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기서 다시 원 상태로 되돌아갈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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