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등 이슈로 본'정치적 판단'조명


 

   
▲ 비판적 시대정신=서규환

인하대 서규환 교수가 최근 펴낸 <비판적 시대정신>(도서출판 다인아트)은 우리 시대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는 사회평론집이다.

이미 <현대성의 정치적 상상력>(1993)이라는 책을 통해 "문제적 저자"로 알려진 저자는 이 책에서 또 다시 우리 사회의 정신에 대해 날카로운 메스를 겨눈다.

저자는 짧은 단평들로 우리 시대의 시대정신에 대해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시적으로, 때로는 그림 그리듯 '왜 다시 비판인가'를 묻고 있다. 그의 정치적 사유는 역사적 사유와 유토피아적 사유가 서로 대화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도스토옙스키가 가장 희망 없는 자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이라고 '희망의 원리'를 말한 것과 같이, 저자의 비판은 비판이 비판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희망의 원리를 드러내는 것이어야 한다고 조용히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일간지와 종합문예지 등에 발표한 한국의 시대상황에 대한 비판 논고들을 모은 책이다. 지금까지의 저자의 책들은 모두 대중들이 보기에는 난해했던 정치이론적 접근이었던 반면에, 이번 책은 매우 쉽게 읽히는 평론집이라는 특징이 있다. 신종플루, 애국가, 베트남, 법정스님 등에 대한 한국정치에서 제기되는 이슈들을 새로운 프리즘으로 들여다보고 있어서 복합성의 사회를 다양한 리듬감으로 읽게 하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그 동안의 다른 책들보다도 이 책을 통해서 저자의 정치적 판단을 쉽게 읽어낼 수 있고, 또한 독자들도 자신의 정치적 판단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면서도 본질적 비판의 치열함을 잊지 않는다. 서 교수는 정치적인 것이 정치적이지 않다고 간주해온 영역들에서 정치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밝히고 있다. 이른바 우리의 일상생활은 그 내밀한 곳에 정치적 작동이 숨 쉬고 있다는 것을 크고 작은 주제들에서 숨은 정치적 영역을 들춰내고 있다.

이 책이 이전 저작보다 보다 대중적인 이유는 한국정치의 흐름 안에 살아있는 시사적인 주제들을 시와 소설, 미술, 드라마 등의 구체적 작품들을 인용하면서 비평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사적 문제의식은, 문화 예술의 저변을 흐르는 문화지층과 새롭게 만나고 접합되고, 그것이 정치적 언어로 승화된다. 429쪽, 1만7천원.

/조혁신기자 mrpen@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