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국문화부장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만들기 위원회'가 지난 7일 출범했다.

말 그대로 전통, 문화,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배다리를 만들자는 모임이다.

위원회엔 배다리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사람들이 참여한다.

3년 전 만해도 배다리에선 투쟁이 깃발이 휘날렸었다.

배다리를 가로질러 산업도로를 뚫으려는 인천시와 이를 막으려는 주민들은 예리하게 대치했다.
 


결과는 '시민들의 승'이었다. 3년에 걸쳐 진행된 투쟁 끝에 도로개발은 중단됐고, 주민들은 자신들이 오랫동안 살아온 삶 터를 지킬 수 있게 됐다.

시민들이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절실했기 때문이다.

인천시야 경제적 논리로 도로를 하나 깔거나 아니면 그만이었지만, 시민들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였던 것이다.

배다리위원회는 이날 배다리 지역을 '주민이 중심'이 되고 '전문가가 결합'하며 '관이 돕는' 형태로 만들어 가자고 결의했다.

처음부터 시가 시민들의 의견을 진지한 자세로 수렴해 추진했더라면 소모적 논쟁이 불필요했고, 시간·경제적 낭비도 크게 줄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는 6월2일 이후 새롭게 당선되는 인천시장은 이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현 시장인 안상수 후보가 당선되면 한 번 겪었으므로 도시계획을 추진할 때 신중할 것이고, 송영길 후보가 새로운 시장이 되면 타산지석으로 삼을 것이기 때문이다.

배다리만이 아니다. 새로운 시장이 풀어야 할 인천의 문화현안은 지금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인천시립미술관을 보자. 지난해 말까지 치열한 논쟁을 벌였던 일랑미술관 건립문제는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태다.

그러나 시는 인천시립미술관 안에 일랑관을 넣거나 독립적인 미술관을 지을 생각을 포기하지 않았고, 인천미술계는 여전히 반대를 하는 모양세다.

새로운 시장은 지역정서를 감안하면서도, 인천시민들을 위한 길이 무엇인가를 잘 파악해야 한다.


인천문화재단 출연금 확보와 독립성 문제도 시급하다.

시는 처음 재단기금을 1천억 원까지 출연해 주기로 했으나 지금까지 500억 원만 출연한 상태다.


시는 '은행금리가 낮다'거나, '더 시급한 예산 편성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궁색한 변명이다.

두 달 간 치른 인천도시축전에 1천300여억 원을 쏟아붓고,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경제자유구역에는 펑펑 돈을 투자하는 시다. 출연금 문제는 시정부의 문화에 대한 마인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출연금 문제가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인천문화재단의 독립성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출연금 1천 억원을 온전히 보전해줄 경우 재단은 자체 사업집행이 가능하다.

시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문화사업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예산이 독립할 때 문화행정도 홀로 서고, 보다 양질의 결과물을 생산할 수 있다.


인천시립박물관의 이전도 시급하다.

전국 최초의 공립박물관인 인천시립박물관은 현재 유물을 보관하는 '수장고'가 꽉 찬 상태다.

박물관 관계자들은 유물 놓을 자리가 없어 수장대 위치를 이리저리 바꾸며 유물을 옮기고 있다.

그 뿐 아니다.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편이 크게 부족하고 주차장마저 협소해 시민들이 방문하기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인천시립박물관은 하루 빨리 시민들이 쉽게 찾을 수 있고, 유물을 충분히 보관, 전시할 수 있는 장소로 옮겨져야 한다.

문화로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인 도시를 말하라면 부천시를 꼽을 수 있겠다.

부천시는 단체장의 마인드와 지역문화의 발전이 어떻게 맞물려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회색빛 도시였던 부천은 원혜영 전 시장이 취임하면서 수도권 작은 변방의 위치를 기초자치단체 최고의 문화도시로 변모시켰다.

시립오케스트라를 전국 제일로 만들었으며, 전국 3대영화제도 키워냈다.

부천은 여느 도시처럼 인도에 줄 하나를 그어놓고 자전거도로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매일 아침 부천시민들은 시원한 가로수를 누비며, 인도만큼이나 널찍한 자전거도로를 씽씽 달릴 수 있다.

문화가 잘 된 도시는 이처럼 예술에서부터 생활 구석구석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움과 편리함이 배어 있기 마련이다.

문화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인천시장'을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