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북부교육지원청, 부평 교육 바꾼다


부평(富平). 과거 인천의 '강남'으로 불렸던 지역이다. 이름 뜻 그대로 사람과 돈이 한데 모였던 인천의 번화가였다.

명맥은 여전히 남아있다. 인천 인구의 20.5%, 57만여명이 부평에 산다.

하지만 어림잡아 10년 새 부평은 어느새 구도심이 됐다. 송도를 비롯한 연수, 남동, 서구 등으로 경제·사회·문화의 축이 옮겨갔다.

명문 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인천 교육을 이끌었던 부평의 과제가 여기에 있다. 부평의 초·중등교육을 맡고 있는 인천북부교육지원청(이하 북부교육청)이 올해 설정한 열쇳말이 그래서 '희망과 꿈'이다.

원칙을 지켜가되 학교현장에서부터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보자는 것이다.

 

   
▲ 지난해 부평의 한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주제로 열린 축제에 참여한 학생들.


▲ 'Wee센터'로 학생 적응력 향상

북부교육청 김순남 교육장은 22일 "'공동체'를 모든 정책의 밑바탕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공부 잘하고 성적 좋은 학생들보다 그렇지 못한 학생들을,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 더 역점을 두겠다는 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학생안정통합조직 '위(Wee)센터' 운영 강화다. Wee센터는 '우리(We)'와 '교육(Education)', '감성(Emotion)' 세 단어의 머릿글자를 따 이름붙인 기관이다.

공부를 못하거나 성격이 비뚤어지는 등의 이유로 학교생활을 잘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상담과 특별교육 등이 이 센터에서 이뤄진다.

북부교육청은 지난 17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마련한 'Wee센터 희망대상'에서 인천 지역교육청 중에선 유일하게 기관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학생에게 다가가는 센터'라는 슬로건 아래 프로그램들을 운영, 학업중단 사례를 크게 줄이는 등 성과를 낸 점이 인정받았다.

북부교육청은 앞으로 Wee센터의 역할을 더 키울 계획이다.

학생과 교사는 물론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동시에 참여하는 이른바 '멀티 카운셀링(Multi Counseling)' 통합 상담사업을 추진 중이다. 학생에 대한 상담과 교육은 물론 지도교사의 지속적인 역량강화, 학부모 대상 상담·교육 등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1학기엔 관내 21개 중학교, 2학기엔 42개 초등학교에서 사업을 진행한다.

 

   
▲ 지난 19일 북부교육청 앞에서 관계자·교사들이 학생 생활관리에 대한 회의를 마친 뒤 결의를 다지고 있다. /사진제공=북부교육청


▲ 좋은 성적은 '책 많이 읽는 순'

책 읽기도 북부교육청 주요 정책의 하나다.

예나 지금이나 책 읽기는 모든 공부의 시작이다. 책을 읽으려면 많은 노력과 참을성이 필요하고 책의 내
을 받아들이기 위해 스스로 생각하는 법도 알아야 한다.

독서라는 간접체험을 통해 사람은 세상에 대한 넓고 깊은 안목이 생긴다. 그것이 바로 사고력이다.

북부교육청은 학교가 입시교육에 파묻히지 않고 균형잡힌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근본적 처방을 책 읽기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시작한 특색사업이 '2050운동'이다. 학생들이 하루 20분씩 책을 읽게 해 1년에 최대 50권을 읽도록 만들자는 운동이다.

책 읽기의 중심은 고전읽기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고전은 삶의 정수를 담고 있다. '초' 단위로 콘텐츠가 바뀌는 컴퓨터와 휴대기기의 홍수에 노출된 학생들에게 고전읽기를 통해 긴 호흡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우게 한다는 게 북부교육청의 구상이다.

올 가을엔 학교 별로 그동안 읽은 고전을 대상으로 퀴즈대회를 열 예정이다. 아울러 책 읽기에 기초해 논술지도 중심학교를 선정해 관리하고 학교 별로 학생과 교사들이 논술 동아리를 꾸려 운영하게 하고 있다.

북부교육청 관계자는 "인천 교육의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학력저하를 풀어가려면 성적위주 정책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광범위한 책 읽기 운동은 시간이 오래 걸려도 가장 근본적인 학력향상법"이라고 말했다.


▲ 창의·인성 바탕해 다양한 체험 유도

모든 학생들에게 교육의 혜택과 효과가 고루 돌아가는 것, 북부교육청이 Wee센터와 책 읽기 교육 등을 통해 이루려는 이상향이다.

북부교육청이 2011년 역점사업으로 정한 10대 사업은 그래서 대부분 학생의 창의성과 바른 인성을 길러주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침체된 부평 교육을 되살리려면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그 중 하나가 특색사업으로 새로 마련한 일명 '창의·인성 체험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세 주체가 각자 추진하는 활동이다.

학생은 스스로 자원봉사 등의 체험활동 계획을 세워 실행하고 후기를 선생님·친구들과 나눈다.

교사는 학생들의 창의적 체험활동을 지도하고 운영한 사례를 발표하고 단점을 보완한다. 학부모는 가족단위로 해 본 체험활동을 발표한다. 최근 들어 교육수요자라고도 불리는 학부모와 학교 사이의 소통 강화도 북부교육청의 역점사업이다.

북부교육청은 학부모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올해 '학부모 모니터단'을 운영한다. 공모를 통해 북부교육청에선 10명을 모니터단으로 뽑고 각 학교에선 초등학교 182명, 중학교 86명을 선발해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학생들의 전체적인 학력향상을 위한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학교 별로 책임지도제를 실시하게 하고 있다.

학력부진 학생을 위한 전담팀도 꾸리게 했다. 초등학교 6곳과 중학교 4곳은 기초학력 중심학교로 지정해 연말까지 관리해 가기로 했다. 사교육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방과 후 학교 내실화도 북부교육청이 올해 정한 목표다.

수업의 다양성을 기초로 학교 별로 그 성과를 스스로 평가하게 하고 북부교육청 차원에서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보완할 계획이다. 방과 후 학교가 입시교육이 되지 않도록 학부모와 전문가 등에 모니터링도 맡기기로 했다.

/노승환기자 beritas@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