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에 나타난 아버지와 자식과의 관계는 늘 아비가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다는 말이 전해 오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낳고, 자식은 부모의 등살에 붙어 할 짓 안 할 짓 다해도 부모는 자기가 자식을 낳았다는 그 한가지 사실 때문에 자식이 저질러 놓은 허물도 다 덮어쓰고 자기를 희생하는 것이다. 자식과 부모 사이가 뭐길래 아버지란 존재는 늘 그런 식으로 희생되어야 하는가 말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형님이 가련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도 종국에는 자기 자식을 위해 그렇게 인생을 마감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그는 형님을 바라봤다.
『기럼, 오마니는 옛날처럼 다시 평양으로 올라오시게 하면 어드렇겠습네까?』
『나도 기랬으면 좋갔는데 오마니가 어케 생각하실디는 모르갔다. 내 생각으로는 분명히 병호 네 곁으로는 가지 않갔다고 말씀하실 것 같지만 산간 벽촌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 않은가? 계수씨 보기에는 면목없지만 병호 네가 잘 설득시켜 어머니를 모시도록 해라. 앞으로 사시면 얼마나 더 사시겠는가.』
곽병룡 상좌는 연로한 어머니를 동생한테 맡기고 산간 벽지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니까 또다시 감정이 격해지는지 잠시 벽 쪽을 바라보며 가슴을 진정시켰다.
『길케 하갔습네다. 염려 마시라요. 당내 정비사업과 간부재조절사업이 끝나면 제가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를 찾아가 또 형님 문제를 토론해 보갔습네다. 섭섭하시더라도 이번에는 형님 말씀대로 신풍서군으로 들어가십시오. 형수님과 인숙이 인영이는 아마 뒤를 봐주지 않는다고 야속해 할 겁네다.』
곽병룡 상좌는 지금 집안 전체가 멸문지화를 당하느냐 않느냐 기로에 놓여 있는데 그런 사소한 문제로 마음 아파할 때가 아니라고 하면서 중앙당 지도부의 서릿발같은 정풍운동에 대해 물었다.
『네가 보기에는 당 정비사업과 간부재조절 사업이 언제까지 내뻗칠 것 같으냐?』
『형님은 어드런 시각에서 이 사업을 보고 계신지는 모르갔습네다만 단마디로 말해 당 중앙의 친정체제 구축을 위해 지도자 동지의 사람들로 당 간부들을 교체하는 사업입네다. 현재, 당 지도부에서는 형님 세대의 간부들까지 수령님의 사람들로 보고 저희들 또래의 간부들로 교체시키고 있는데 이 사업은 아마 형님세대들이 권력 일선에서 다 물러나야 끝날 것입니다. 이것이 권력의 비정함입네다. 자식이 아버지의 권력을 이어받는데 왜 그 아버지에게 충성한 당 간부들을 권력 일선에서 모두 내쫓아야 하는가 말입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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