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들이 힘을 합쳐 키워놓았더니만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마저 내버린 놈이라고 욕하며 사람 취급을 해주지 않을 것이다. 형도 그것이 부담스러워 그렇게 괴로워하고 자기 앞에서 눈물까지 흘리고 있는 것이다. 자식이 저질러 놓은 형벌을 대신 받아 메고 사지를 향해 걸어가는 형님의 모습 앞에서 그는 이 세상 아버지들의 참모습을 본 것이다.

 인류의 역사에 나타난 아버지와 자식과의 관계는 늘 아비가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다는 말이 전해 오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낳고, 자식은 부모의 등살에 붙어 할 짓 안 할 짓 다해도 부모는 자기가 자식을 낳았다는 그 한가지 사실 때문에 자식이 저질러 놓은 허물도 다 덮어쓰고 자기를 희생하는 것이다. 자식과 부모 사이가 뭐길래 아버지란 존재는 늘 그런 식으로 희생되어야 하는가 말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형님이 가련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도 종국에는 자기 자식을 위해 그렇게 인생을 마감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그는 형님을 바라봤다.

 『기럼, 오마니는 옛날처럼 다시 평양으로 올라오시게 하면 어드렇겠습네까?』

 『나도 기랬으면 좋갔는데 오마니가 어케 생각하실디는 모르갔다. 내 생각으로는 분명히 병호 네 곁으로는 가지 않갔다고 말씀하실 것 같지만 산간 벽촌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 않은가? 계수씨 보기에는 면목없지만 병호 네가 잘 설득시켜 어머니를 모시도록 해라. 앞으로 사시면 얼마나 더 사시겠는가.』

 곽병룡 상좌는 연로한 어머니를 동생한테 맡기고 산간 벽지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니까 또다시 감정이 격해지는지 잠시 벽 쪽을 바라보며 가슴을 진정시켰다.

 『길케 하갔습네다. 염려 마시라요. 당내 정비사업과 간부재조절사업이 끝나면 제가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를 찾아가 또 형님 문제를 토론해 보갔습네다. 섭섭하시더라도 이번에는 형님 말씀대로 신풍서군으로 들어가십시오. 형수님과 인숙이 인영이는 아마 뒤를 봐주지 않는다고 야속해 할 겁네다.』

 곽병룡 상좌는 지금 집안 전체가 멸문지화를 당하느냐 않느냐 기로에 놓여 있는데 그런 사소한 문제로 마음 아파할 때가 아니라고 하면서 중앙당 지도부의 서릿발같은 정풍운동에 대해 물었다.

 『네가 보기에는 당 정비사업과 간부재조절 사업이 언제까지 내뻗칠 것 같으냐?』

 『형님은 어드런 시각에서 이 사업을 보고 계신지는 모르갔습네다만 단마디로 말해 당 중앙의 친정체제 구축을 위해 지도자 동지의 사람들로 당 간부들을 교체하는 사업입네다. 현재, 당 지도부에서는 형님 세대의 간부들까지 수령님의 사람들로 보고 저희들 또래의 간부들로 교체시키고 있는데 이 사업은 아마 형님세대들이 권력 일선에서 다 물러나야 끝날 것입니다. 이것이 권력의 비정함입네다. 자식이 아버지의 권력을 이어받는데 왜 그 아버지에게 충성한 당 간부들을 권력 일선에서 모두 내쫓아야 하는가 말입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