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 칼럼 ▧


 

   
 

과거 '1도1사(一道一社)' 시절부터 지역언론사에 종사했던 선배들의 무용담을 듣다보면 실로 꿈같다. 날아가는 새를 떨어뜨리게 할 정도의 막강 파워를 자랑하며 살아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이 살아가는 도시의 소식들을 들으려 몰려드는 시민들과 크고작은 기업들의 대내외적인 홍보를 위한 광고경쟁까지. 말 그대로 노·사 모두가 풍요로움의 극치를 누렸으리란 짐작이다.
물론, 기자를 비롯한 언론사 종사자들까지 투철했을 사명감은 말 안해도 짐작할 만하다. 관선 시절인 만큼, 공무원들 역시 저마다 미래를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고 관리했을거라 생각하면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기자로서, 언론종사자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을 그들이 80년대 후반 우후죽순 언론사를 개업하면서 지역언론은 과도기에 봉착한다. 그래도 옛정을 고려해 춥고 배고픈 설움까지 느끼게 하지는 않았으리라.
진짜 설움은 90년도 후반부터다. 피라미드를 연상케하는 편집국 구조에서 도태당한 이들이 과거 풍요로움을 회상하며 각종 언론매체를 창간하면서 무법천지 시대에 직면한다.
정통언론이다 아니다 논하며 서로를 헐뜯고 급기야 스스로의 배를 채우기 위해 동료를 매도해야 하는 혼란의 시기에 도달한다.
2000년도에 즈음해서는 가관도 아니다. 언론관은 뒤로 한 채 마치 언론종사자가 권력인양 창간한 지역일간지가 경기지역에서만 30여곳에 달하고 지역주간지와 월간지까지 합하면 셀 수조차 없을 만큼 포화상태에 이른다. 기자구하기가 힘들어지면서 언론경력 1년차가 부장기자증을 소유하게 되고 이들이 각종 이권에 개입하면서 언론계는 민선초기 지자체와 유사하게 일대 혼란을 겪게 된다. 급기야 언론사와 기자들의 명예는 곤두박질치게 되고 상호 견제속에 윈윈해야 할 관과 민, 언론은 저마다의 이상만을 꿈꾸며 어두운 터널속을 걷는 형국에 직면한다.
2011년에 즈음한 지역언론의 현실은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다. 일부 자존심을 지키려는 언론사들은 눈덩이 처럼 불어난 빚더미에 허덕이고 있고 또 일부는 명예와 바꾼 기자들의 광고 덕으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고들 한다.
언론관은 잊혀진지 오래요, 정도나 사명감 역시 희미해진 지 오래인 정말 말로만 듣는 이름, 기자다. 누구를 위함인지 애매한 공직자들만 괴롭히며 하루하루를 지내는 이들 역시 부지기수이며 정체성, 자존심은 찾아보기조차 힘들다.
현대사회는 정보화 시대가 맞다. 정보를 재산으로 열심히 움직이는 종사자(기자)들이 많은 회사만이 그래도 언론사, 기자라는 표현을 듣는다.
이마저도 포기한 언론사와 종사자들이라면 존재감 자체를 포기해줘야 할 때란 생각이다. 열심히 그래도 과거 선배들의 발자욱을 되밟으며 자존감을 유지하려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능력있는 기자, 정보가 많은 부지런한 기자가 많은 언론사가 존중받아 마땅한 시기란 판단이다. 품귀현상이란 이유로 기자답지않은 기자들을 채용해 존재감을 얻으려는 언론사들은 스스로 자각해야 마땅하다. 그나마 언론에 종사했던 선배로, 양심있는 언론사로 내일을 사는 후배들의 기억속에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다면 말이다.
지역언론은 정말 어렵고 힘든 시기에 처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힘듦은 덜하지 않으리란 판단 역시 변함없다. 과거 시민들이 먼저 지역소식들을 들어보고자 찾았던 신문사, 정도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필발을 굽히지 않았던 선배들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일부 몰지각한 언론사와 소속 기자들은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며 분명 걸어온 길을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너무 늦지 말아야 한다. 그 길만이 그래도한때 언론사에 종사했던 이로서 기자로서 명예를 지키는 일이요, 지역신문의 내일을 작게나마 비춰주는 촛불로 자리할 것이란 이유 때문이다.
/김철인 경기본사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