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 게일 게일 인터내셔널 회장
   
▲ 4일 한낮의 따사로운 봄 햇살을 맞으며 인천 송도국제도시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 사옥 앞 공원 산책길에 나선 스탠 게일 회장. 그의 따뜻한 미소에선 개발사업자로서의 이미지보단'좋은 생(good life)'을 만들기 위해 채색에 열중인 감성소년 같은 포근함이 배어난다./박영권기자 pyk@itimes.co.kr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라. 꿈을 가져라. 열정을 바칠 걸 찾고 즐겨라. 자신에게 영감을 일으키는 걸 찾았다면 집중하고 투신하라.

전 세계인이 다 알 만한 위인이나 문필가가 한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꼭 그런 듯한, 언젠가 한 번쯤 들어본 것 같은 말들은 우리 생각 이상의 어떤 진정성과 무게 같은 걸 갖고 있는 걸까.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미국인 기업가 스탠 게일(Stan Gale)의 이 이야기는 마치 언젠가, 어디선가 마주쳤던 것 같은 기시감(旣視感)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스탠 게일은, 최근 한국의 미디어에서 가장 노출빈도가 높다 해도(그것도 긍정적으로) 과언이 아니라 할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을 만들어 가고 있는 사람이다.
"나쁘지 않아요. 송도가 외국기업, 외국인들만 있는, 고립된 섬이 되길 바라진 않습니다. 좋은 한국 회사와 손잡고 일하면 더 좋은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을 테고요."
삼성과 롯데 등 국내 대기업의 송도 투자와 입주가 어찌보면 외국자본과 기업들의 기회를 앗아가는 일일 수도 있잖느냐는 물음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한국이 높은 교육 수준과 우수한 노동력으로 외국기업들이 오고 싶게 하고 한국기업들과의 협력을 원하게 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조인트 벤처를 통한 협력사업 방식 역시 인천경제자유구역 사업의 성공에 힘을 보탤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자신의 꿈을 좇아 세계를 누벼 온 사람의 큰 배포와 기업인으로서의 면모가 느껴졌다.
이런 개방성, 열린 마인드는 송도에 있는 게일 인터내셔널 코리아(Gale International Korea) 빌딩 내 그의 집무실 분위기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GIK 사옥 1층에 있는 그의 집무실은 전체 건물을 통틀어 출입구에서 똑바로 들어가 불과 열댓 걸음이면 닿을 자리에 있다. 기다리고 안내를 받아 찾아 들어가야 하는, 한국인이 경험적으로 익숙해져 있는, 그런 회장실이나 회장님관 정반대인 셈이다.
인터뷰 자리에 동석했던 이 회사 장혜원 이사가 "뉴욕 본사에 있는 게일 회장 사무실 역시 이곳과 비슷한 위치"라고 귀띔한다.
학부에선 경제학을, 대학원에선 경영학을 전공한 그가 도시의 건설과 운영을 고민하는 디벨로퍼(개발자)의 삶을 선택하게 된 데는 이런 액티브한 면모와 역동적 성격이 작용했기 때문이리라.
"전공도 재미와 매력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론적이고 학술적인 일보단 보고 만지고 느끼고 일의 결과를 마주할 수 있는, 좀 더 현실적이고 실체성 있는 일에 더 끌렸다고나 할까요."
속속들이까진 아니지만, 내 손으로 세계를 만드는 게 꿈이었다는 청년이 세계적 부동산 개발·투자사의 대표가 돼 가는 과정의 시작 지점을 잠깐 들여다 본 기분이었다.
긴장감을 다시 끌어 올렸다.
외자 유치 실적 부진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 대해 물었다.
"압니다. 이해합니다."
설명이 덧붙었다.
그에 따르면 기업의 투자를 끌어들이는 일은 크게 3단계 국면으로 나뉘는데 장기적 계획 아래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성공할 수 있단다.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승인·허가를 받는 기획 단계, 인프라를 건설하는 기반시설 구축 단계 등 두 단계를 마쳐야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업유치 단계, 즉 최종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
이제 송도가 살 만하고, 기업활동도 할 만하다는 걸 보고 느낄 수 있을테니 본격적인 3단계 활동과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거라고 그는 말했다.
주거시설 분양 및 관리(뉴욕주 헌팅턴), 업무시설 개발 및 대단위 종합개발계획 수립(뉴저지주 북부), 부동산 개발·관리 및 임대(뉴저지주), 대규모 상업시설 및 주상복합빌딩 개발(메사추세츠주 보스턴) 등등….
"이 일을 하면서 다행히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지만 일을 할수록 가슴 한 켠에서 뭔지 모를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요."
지금껏 일을 통해 하나 하나 배우고 깨달은 그 모든 경험과 노하우가 총화되고 집대성된 이상적인 도시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들었을 때 눈 앞에 나타난 곳이 바로 송도경제자유구역이었다는 이야기는 듣는 사람의 마음까지 흥분과 기대감으로 고동치게 했다.
지금껏 밑그림과 기본 배경색이 정해져 있는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오다 그야말로 순수한 흰 캔버스를 눈 앞에 두게 된 화가의 마음이 전해졌다고 할까.
열정적으로 일하면서도 그는 온갖 일과 활동에 자신의 관심과 시간을 할애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 뉴저지주 가든 스테이트 발레 선정 '올해의 인물', 플로리다주 롤린스대 '스포츠 명예의 전당' 헌액, 뉴저지주 스페셜 올림픽 회장, 해크셔 미술관 후원자 등. 비단 일로 받은 상들이 아니어도 그를 설명해 줄 소재는 참 많다.
"인생에 대한 제 관점은 좋은 생(good life)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족과 일 뿐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봉사, 사회에 대한 기여활동을 통해 삶의 전체적 균형감을 맞추는 생(生)을 그는 지향한단다.
듣다 보니 스탠 게일은 인터뷰 글 첫 대목에서 받아 썼던, 젊은이들에게 주고 싶은 충고의 말에 충실한 삶을 산 인물이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그는 일 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생을 통해 좇아가고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필모그래피를 완성시켜 가고 있는 것이다. /송영휘기자 ywsong2002@itimes.co.kr


 

   
 

● 스탠 게일 회장은 …

직함= 게일 인터내셔널 회장,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 최고경영자(CEO) 겸 대표이사 회장
자기소개= 도시개발 분야의 개척자. 주거와 업무 환경을 만드는 데 있어 전일적이고 통합된 혁신적 접근을 통해 사람들의 생활을 변화시켜 나가는 인물을 자처하는 그는 1950년 미국 뉴욕주 헌팅턴 출신으로 현재 연수구 송도동에 살고 있는 인천시민이다.
또 다른 모습= 현재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즈니스연합 운영위원회 위원, 미국상공회의소·주한미국상공회의소 의원, 뉴저지 스페셜올림픽(지적장애인올림픽) 회장, 파크 에비뉴 재단 창립위원 겸 이사로 활약하고 있으며 헌팅턴병원, 헤크셔미술관,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 세인트 존랜드 보육센터 등을 후원하고 있다.
/송영휘기자 ywsong2002@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