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조·김완기'몬주익 신화'합작


'바르셀로나 몬주익 영웅의 탄생'

1992년 8월9일. 어둠이 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몬주익 동산의 올림픽 주경기장에는 8만여 관중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

오후 9시 제25회 바르셀로나올림픽 폐막식을 앞두고 마라톤의 최종 승자가 드디어 모습을 보였다.

황영조였다. 그순간 모든 관중이 일제히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2시간13분23초. 고 손기정 옹이 1936년 베를린에서 일장기를 달고 우승한 후 꼬박 56년만에 한국마라톤이 세계를 제패한 순간이었다.

황영조는 "손기정 선생님이 베를린에서 우승하고도 태극기 한 번 못 올려보고 일본인 이름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사실이 얼마나 가슴깊은 설움이었는지 애국가가 울릴 때 알수 있었다"며 그때를 회상했다.

바르셀로나 황영조의 신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황영조와 함께 올림픽에 출전했던 김완기다.

김완기는 마라톤 레이스 당시 35km 부근까지 선두권을 유지하면서 황영조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결국 뒤로 밀린 김완기는 입상권에서 멀어지고 말았지만 황영조는 '몬주익의 영웅'으로 등극할 수 있었다.

그것이 의도적인 작전이었는지, 페이스 조절 실패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김완기의 레이스가 일본의 모리시타에게 부담을 주고 황영조의 체력 안배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은 분명했다.

황영조는 "마라톤은 혼자 뛰는 경기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상대선수의 모든 것을 감안해 레이스를 펼친다. 김완기 선수가 (내) 레이스에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90년대 한국마라톤을 호령한 황영조와 김완기가 합작한 위대한 영웅의 탄생 신화는 그렇게 시작됐다.
/배인성기자 insoung032@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