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은'평생의 친구'일반 달림이는 완주에 중점송도 아름다운 풍광 감상을


"죽는 날까지 영원히 기억하게 될 몬주익에서의 2시간여분, 가파른 언덕 길을 온몸이 부서져라 달려가며 불타는 지중해의 태양 아래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에 이르러서는 마음 한구석 누가 우승하든 겸손하게 받아들이고픈 너무도 인간적인 욕구마저 느꼈던 절박의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저는 아직도 몬주익을 달리는 꿈을 꾸곤 합니다. 그것은 저의 꿈의 절정이었으며, 나아가 국민 모두의 꿈이었기 때문입니다."
-황영조 공식홈페이지 인사말 중-
 

   
 



300만 인천시민의 축제인 2011 인천국제마라톤(27일 오전9시 문학경기장)에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41)가 동참한다.

봄볕이 따스한 3월 중순 주말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은 나들이 인파로 북적거렸다. 가족과 연인의 즐거운 시간 속에 그가 있었다.

줄무늬 셔츠에 선글라스를 낀 평범한 모습이었다. TV통해 봤을 때보다 약간 살이 쪘지만 다부진 체격은 여전했다.

▲볕이 좋네요, 인천대회는 처음인가요

"네. 좋네요. 봄인가 봅니다. 올림픽공원 근처에 (마라톤대표팀)숙소가 있어 자주 오는데, 오늘 특히 사람들이 많아요. 가족끼리 나들이 나온 모습을 보니까 조금 부럽습니다."

그는 아직 미혼이다. 선수 생활과 학업을 마치며 생긴 조그만 여유가 대표팀 감독을 맡으며 사라졌다. 국가대표 23명을 책임지고 있는 이 순간, 개인적인 여유는 오히려 사치스럽다.

"중국 쿤밍에서 어제 저녁 입국했어요. 바로 삼척도 가야하고요."

삼척시는 그의 고향이다. 그의 이름을 딴 '황영조 국제마라톤'이 오는 4월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봄이되며 전국에서 마라톤대회가 개최된다.

그는 올 봄 '황영조마라톤'과 더불어 '인천국제마라톤'을 선택했다. 전국에 많은 대회가 있지만 모두 챙길 순 없는 노릇이다.

"인천대회는 몇 번 참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송도 바닷바람이 유난히 기억에 남아요. 이번에도 인천대회에서 5㎞를 뛸 예정입니다."

황영조와 함께 레이스를 펼친다는 것만으로도 달림이들의 마음은 설렌다.

▲선수와 감독중 어느 것이 더 힘든가

"(웃음)당연히 선수가 힘들죠. 적어도 육체적으론 그렇죠. 하지만 감독도 만만치 않아요. 온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기때문에 심적 부담감이 상당해요."

선수때는 혼자 관리하면 된다. 그러나 지도자는 전체를 끌고가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마라톤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세계적 선수들을 경기기록을 꼼꼼히 체크해 각 대회마다 승리에 필요한 전략을 짜야한다. 그는 "마라톤 세계무대는 무척 높다. 한때 한국마라톤이 국제무대에 통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좀 더 격차가 좁혀져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세계와의 격차를 좁힐 수있는 기회로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꼽았다.

"현재 여자 8명을 포함해 총 23명의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도하고 있죠. 그런데 이렇다 할 선수가 나오질 못하고 있어요. 대구선수권대회를 통해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보고 나면 조금은 달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마라톤은

"글쎄요. 어려운데요. 아마도 내 인생에서 마라톤은 '평생의 친구'같은 겁니다."

'평생의 친구', 언제나 함께 하고 혹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든든한 믿음이 가는 인생의 동반자가 '평생의 친구'다. 황영조에서 마라톤은 그런 친구와 같다.

"어려서부터 마라톤과 함께 지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죠."

그는 "죽을 때까지 마라톤을 뗄 수 없다"고 했다.

▲달림이에 당부의 말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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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4월25일 국내 한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황영조 감독이 어린이들과 함께 손을 잡고 달리고 있다. /뉴시스

"선수와 일반인은 다르죠. 선수는 우승이 목적이지만 일반 달림이는 완주하는데 중점을 둬야 합니다."

'아름다운 코스를 감상하며, 즐거운 달리기', '가족과 함께 달리기', '건강을 위한 안전한 달리기', '여유를 갖고 혼자가 아닌 함께 달리기'가 그가 2만여 인천마라톤 달림이에게 전하는 당부의 말이다.

"선수들은 우승을 해야하기 때문에 달리면서도 전략을 세웁니다. 어느시점에서 승부수를 띄울까를 항상 생각하죠. 또 상대 선수의 체력과 얼굴표정 등 레이스 모습을 면밀히 살핍니다. 무작정 달리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전략과 전술을 필요한 게 마라톤입니다."

"하지만 일반 아마추어는 그럴 필요가 없죠. 그냥 달리는 것 자체를 즐기면 됩니다. 절대 무리하지 마시고요. 기왕이면 가족과 함께 달리세요. 이번 인천국제마라톤에선 송도의 아름다운 풍경도 놓치지 마시고요."
"27일 저도 함께 뛸 겁니다. 대회를 마치고 소래포구에서 오랫만에 조개구와 대하를 먹을 작정입니다. 인천에 가면 꼭 들르는데, 싱싱한 해산물 생각에 벌써부터 인천국제마라톤이 기다려집니다."
/글·사진=배인성기자 insoung032@itimes.co.kr






● 황 감독은

- 1970년 강원도 삼척 출생
- 170㎝, 68㎏
- 고려대학교 대학원 이학박사
-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현)

-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 1994년 일본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
- 1994년 미국 보스톤마라톤대회
한국신기록 수립(2시간8분9초)
-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한국대표
성화봉송

- 1992년 국민체육 최고훈장 청룡장
- 1993년 백상체육대상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