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진통끝에 27일 오후 발표한 비례대표공천자 명단은 「2·18 대학살」로 불린 지역구 공천 파동의 후유증을 떨쳐내기 위한 이회창 총재의 고심의 흔적이 다분히 배어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희(7번) 박세환(8번) 조웅규(10번) 임진출(19번) 의원과 박창달(15번) 선대위상황실장 이원형(20번) 부대변인 등 지역구 낙천인사들이 무려 6명이나 포함된 것이 이를 반증한다.

 낙천자는 아니지만 이기택(KT) 전 고문계로 당에 남아 이 고문계의 이탈방지에 일조한 강창성(4번) 부총재와 구 민정계중진인 서정화(6번)의원 등 원로급을 배려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선내용은 거꾸로 지역안배 및 직능대표성 등 이 총재가 강조해온 「개혁공천」의 원칙과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어서 홍사덕 선대위원장, 이부영 총무 등 당내 개혁세력과 호남지역 후보들의 거센 반발을 초래하는 등 또다른 후유증을 낳고 있다.

 홍 위원장은 이번 인선내용에 반발, 이날 아예 출근을 거부했고 이 총무는 『지역구 공천파문 수습차원에서 비례대표 공천이 이뤄질 경우 여론의 역풍으로 막판 선거전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여기에 이원창 장광근 선대위 공동대변인중 이 총재의 측근인 이 대변인은 당선안정권인 17번에 낙점된 반면 과거 KT계였던 장 대변인은 24번으로

밀린 점도 「측근 위주 인선」이라는 비판을 낳고 있다.

 뿐만아니라 사무처 등 그간 음지에서 묵묵히 일해온 당료들의 경우 송병대 기조국장이 26번에 배치되는 등 당선안정권에 한 사람도 포함되지 않았으며, 지역안배차원에서 안정권 공천설이 돌았던 최문휴 특보 역시 25번으로 밀리자 이를 끝까지 고사하는 등 호남쪽 인사에 대한 배려도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이날 한나라당 여의도 당사는 대변인실부터 성명과 논평이 한줄 발표되지 않는 등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지는가 하면 곳곳에서 사무처요원들의 불만이 표출되는 등 「제2공천 파문」의 조짐이 역력했다. 특히 이환의 광주시지부장 등 광주지역 공천자 6명이 지역안배가 이뤄지지 않은 데 반발, 공천권을 반납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이날 발표된 비례대표 명단은 총재단 협의과정에서 발표직전까지 엎치락 뒤치락 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출된 문제점들을 보완하는데 실패했다는 게 중론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