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 칼럼 ▧


 

   
 

'DMZ 사진작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인천의 최병관 작가가 일을 냈다.
유엔본부 한복판에서 사진전을 연다.
한 국가를 대표하는 기획전이 아닌 개인의 이름을 내건 전시다.
유엔 역사 이래 본부안에서 개인전은 초유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차고도 넘친다.
최 작가답게 전시 타이틀을 '한국의 DMZ, 평화 생명을 찾아서'라고 붙였다.
오는 28일부터 7월9일까지 미국 뉴욕 유엔본부 로비전시관에서 자리를 편다.
더불어 전시에서 못 다 보여준 사진들과 작가의 감상을 더해 작품집을 묶었다.
이 도록은 한국전쟁 참전 16국을 포함한 유엔 회원국 192개국에 배포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나서서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단순한 전시 차원을 이미 준비 단계부터 훌쩍 넘어서고 있음을 반증해주는 대목이다.
하루아침에 이룬 개가가 아니다.
작가는 10년 전부터 준비를 해왔다.
이루지 못할 꿈이라고 좌절하기를 수십번, 그 때마다 그를 일으켜 세운 힘은 비무장지대가 갖고 있는 가치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그리고 결국 해냈다.
그의 이력 가장 앞에 붙는 문구는 '민간인 최초로 휴전선 155마일 3번 횡단'이다.
그렇게 시작한 DMZ와의 조우는 그후 경의선 남북철도 도로연결 사진작업으로 이어진다.
꼬박 5년을 몰두했다.
최 작가의 가치는 외부에서 먼저 알아챘다.
일본 NHK TV가 '아시아의 인물'로 선정(2001년), '한국의 사진가 최병관'이라는 다큐프로를 제작, 방영하기에 이러른다.
미술관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일본동경사진미술관'에서도 한국작가로서는 처음 그를 초청, 개인전을 열었다.
그 결과였을까.
같은 해 '대통령표창'과 '외교통상부장관표창'을 받았다.
DMZ의 가치를 알리는 그의 행보는 계속됐다.
작품전을 원하는 곳이면 열 일을 제치고 어디든 달려갔다.
태평양을 건너 하와이로, 때론 판문점 인근의 오지 초등학교로, 지난해에는 아이들을 위한 사진집 '꽃들아 울지마'를 펴내기도 했다.
계기를 들어보니 DMZ의 가치와 자연, 그리고 평화를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것이야말로 어른들의 사명감이라는 출판사의 제의에 마음이 동했다고 했다.
그리고 1년만엔 유엔전시 소식을 들고 나타났다.
인천미술계 판을 가늠할 수 있는 1차적인 잣대를 들여다보면 변변한 상업화랑 하나 없다.
여전히 시립미술관도 부재하다.
인천의 인물을 키워내는 환경도, 이 도시의 주목받는 화가들의 작품을 거둬들이는 환경도 아직 아닌 것이다.
와중에 인천시는 외지 화가를 위한 시립개인미술관을 짓겠다고 나서 인천예술인들의 심장을 툭 떨어뜨렸다. 다행히 시가 지역 여론을 받아 '없던 일'로 하고 시립미술관 건립 자체에 몰두를 공표했으나 그동안 수개월이 또 소모돼고 말았다.
시는 아시아경기대회에 맞춰 2014년엔 반드시 시립미술관을 개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건립부지 후보지를 대상으로 최상의 선택을 위해 현재 용역을 진행중이다.
늦어도 9월이면 청사진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소장품의 확장을 위해 미술품 구입예산으로 5억원을 책정, 확보해 놓은 상태다.
내년부터는 이를 배로 확대, 2014년까지 해마다 집행하겠다고 의지를 내걸었다.
한참이나 늦었지만 여기까지는 고무적인 일이다.
예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다.
어떤 미술품인가에 대한 문제다.
이에 대해 시는 인천작가라는 테두리를 넘어 전세계작가의 작품이 그 대상'이라는 나름대로 원칙을 세워놓고 있는 듯하다.
분명 맞다.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지역작가를 역차별하는 원칙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물안 개구리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과 무조건 외부로 눈을 돌려야한다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최병관 사진작가가 충분히 그 답이 됐다.
/김경수 문화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