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문제 전문가 윤상현 국회의원
   
 


윤상현(49) 국회의원은 학계와 언론계가 인정하는 국제문제 전문가다. 그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북한문제와 국제정세에 대한 전문성 있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아 왔다.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포격사건, 중동 민주화 혁명 등으로 한반도 안보 및 중국·북한과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윤 의원을 만나 대북정책 및 한국외교를 진단해 보았다.

 

   
▲ "지금 북한은 지난날 북한이 아닙니다. 중동 봉기, 먹고사는 문제 해결 등 북한 내부에서 변화의 힘이 치솟고 있습니다."윤상현 의원이 지난달 28일 본지에게 북한의 변화에 관해 말해왔다. /박영권기자 pyk@itimes.co.kr


▲ 중동의 민주화 바람이 북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지. 또 최근 김정은과 함께 나온 북한 내부 급변사태의 전망은.

- 리비아의 반정부군이 지난달 28일 수도 트리폴리 주변의 도시를 장악했다. 이같은 사태가 당장 북한까지 도미노 효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북한은 극도로 폐쇄되고 통제된 사회다. 거대한 방벽에 둘러싸인 고립된 섬과 같다고나 할까. 그곳엔 아직 저항세력이 성장하고 조직화될 수 있는 기반이 취약한 상태다.

그러나 지금 북한주민은 과거의 주민이 아니다. 분명히 변화하고 있고 그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북한내부에서 변화의 힘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중동국가들에서 물가폭등 같은 경제문제가 시민봉기의 동력이 되었다는 점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경제문제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

이와달리 북한은 김정은과 관련한 급변가능성이 높다. 김정일의 자연적 수명이 그리 길지 못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김정일의 치료를 맡았던 서방국가의 의사들의 진술에 의하면 향후 2~3년 가량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일이 사망한 다음 김정은이 확실히 후계자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을 것이다. 김정은은 1984년생으로 올해 28살에 불과하며 정치적 경험도 일천하다. 김정일 사망 후 후계체제는 흔들리고 급변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 작년 천안함사건, 연평도 포격도발은 모두 인천 앞바다에서 발생했던 사건들이다.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은.

- 북한은 지난 60년간 크고 작은 도발을 멈춘 적은 없다. 감행시기를 저울질하며 간극을 둔 적은 있지만. 도발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북한은 핵보유국이라는 지위를 얻고 싶어 한다. 그래서 미국과 협상을 벌이면서 핵무기 완성에 필요한 시간도 벌고 경제적 지원도 챙기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정권 수뇌부가 가지고 있는 심각한 오류 중 하나는 자신들의 그런 도발행위가 미국정부를 압박해서 협상테이블에 나오게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또 다른 형태의 도발을 해올 가능성이 높다.

▲ 북한은 남북대화, 북미대화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 최근 북한의 무차별적 남북대화제의는 실제 대화가 목적이 아니다. 경제적 지원을 얻으려는 목적도 있으나 그것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궁극적 목표는 북미대화이다. 남북대화는 전술일 뿐, 북미대화에서 NLL 문제, 평화협정 문제를 다루겠다고 하는 것이 북한의 궁극적 목적이다.

YS정부 때에는 북미관계가 진전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었는데, 그것은 한미관계가 견고하지 못했던 탓이 크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오바마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그 어느 때보다 한미간의 공조가 견고하다.

이렇게 한미간의 굳건한 공조 하에 북미대화가 진행된다면 북미대화가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북미대화에 부정적일 필요는 없다.

또한 평화협정도 마찬가지다. 한미간의 동맹이 견고하고 평화협정에 남한이 참여한다면 평화협정 체결도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미대화를 통해 평화협정을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평화협정 체결은 곧 주한미군의 철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우리 내부에서 주한미군 철수 얘기가 나올 것이다. 중국도 주한미군의 철수를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평화협정을 체결하더라도 북한이 적화야욕 목표를 버리지 않는 한, 남한의 안보위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한미군은 철수할 수 없다. 평화를 지키는 것은 힘이다. 현재의 우리나라로서는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는 미군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한미동맹을 견고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 현재 6자 회담이 중단된 상탠데, 향후 6자 회담 전망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해법은.

- 그동안의 6자 회담을 비롯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진행한 관련국들의 노력을 보아서 알 수 있듯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이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비핵화 의지를 실제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중국도 애매모호한 태도에서 벗어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분명한 의지와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북한 내 사정을 보면 6자 회담 전망이 부정적이다. 북한 군부는 '사실상 우리는 핵 보유국인데 왜 6자 회담에 나가서 핵을 포기하라는 것이냐.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북미간의 핵 군축회담이지 핵 제거 회담인 6자 회담이 아니다'는 식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김정일은 한번도 6자 회담에 나오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 북한은 6자 회담에 복귀하는 것을 조건으로 대북제재의 단계적 해제와 북미평화협정의 체결을 요구할 것이고, 어쩌면 6자 회담 대표자 회담이 몇 개월 안에 열릴 수도 있다. 그리고 북미 간에 6자 틀 속에서 한두 번 양자대화도 열릴 수 있고, 양자대화가 열린다면 북한은 NLL 문제, 평화협정 문제, 대북제재 해제 등 3가지를 요구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아 알 수 있듯이 기존의 6자 회담으로는 사실상 한반도 비핵화를 보장할 수가 없다.

사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해법은 이론적으로는 우리가 핵무장한 뒤, 남북한이 서로 다시 동시에 비핵화로 가는 길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우리가 핵 무장시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에서 반대할 것이고, 1969년 출범한 NPT(핵확산방지조약) 체제가 붕괴될 것이라는 점이다.
 

   
 


▲ 일각에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북한봉쇄론'이라 규정하고,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을 하는데.

- 북한봉쇄론은 북한에 대한 봉쇄를 심화시키고 이를 통해 북한의 붕괴를 유도한다는 주장이다. 지금의 경색된 남북관계를 이유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북한봉쇄론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봉쇄론이 아니다. 지금 남북관계를 파탄 낸 것이 누구인가? 2008년 7월 고 박왕자씨 피살사건의 장본인이 누구인가? 2009년 4월 대포동 미사일 실험, 5월 2차 핵실험, 중단거리 미사일 실험, 2009년 11월 대청해전, 2010년 3월 천안함사건, 11월 연평도 포격사건 등 이러한 사건들의 장본인이 누구인가? 바로 북한이다. 오히려 현 정부는 북한에게 모든 대화의 창구를 열어두었다. 그것을 외면한 것이 바로 북한이다.
/김신호기자 shkim@itimes.co.kr





윤 의원은

- 1962년 충남 청양 출생
-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1985)
- 미국. 조지타운대학 외교학 석사(1987)
-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국제정치학 박사(1994)
- 미국. 하버드 대학 및 의회연구소 연구원
- 미국. 존스 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 한나라당 대변인, 원내 부대표
- 제18대 국회의원(인천 남을)
- 인천시 생활체육 축구연합회장

● 읽고 있는 책 : 법륜스님이 쓴 '스님의 주례사' 를 읽고 있다. 이 책은 남녀의 사랑과 연애,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잘 소개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자신의 마음밭을 일궈야 인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마음법'을 알려주고 있다.

● 인생의 좌우명 : '진인사 대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