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추위가 몰아친 지난 9일,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혜광학교는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스키캠프를 열었다.

하얀 설원 위를 달리는 멋진 스키어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눈부신 햇살 아래 빠른 속도로 미끄러져 내려오는 스키어들의 모습은 한 폭의 영화와도 같다. 하지만 그 스키어가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달리고 있다면 과연 누가 믿을까?

보기만 해도 귀여운 초등2학년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사물의 희미한 윤곽만 보이는 학생부터 빛조차 감지가 어려운 학생들까지 모두 참여했다.

새해가 되면서 우리는 수많은 결심을 한다. 신정에 계획을 세우고 한 달 후 구정 때 또다시 계획을 세우기를 되풀이 하며 자신을 위로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예 계획조차 세우지 못 하고 그냥 되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힐티의 행복론은 '용기는 인간의 여러 가지 특성 중에서 행복에 도달하는 데 가장 필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나를 바꾸는 것 또한 과거의 나를 버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계획을 세우고 나를 바꾸려는 것은 행복한 삶을 위한 구체적인 나의 노력이요, 실천인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이 스키를 좀 타러 갔다는 것이 뭐 대단하겠냐 싶기도 하다.

하지만 오직 방향을 가르쳐주는 육성에만 의지해 빠른 속도로 설원 위를 달려 내려가는 것은 어지간한 용기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비록 작은 스포츠 하나에서 그들이 낸 용기일지라도 그 속에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더 큰 용기와 사람에 대한 신뢰를 배우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이 겨울 수많은 마니아들이 겨울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스키장을 찾는다.

즐거움과 스릴을 위해 찾는 그 곳에서, 누군가는 속도에 대한 두려움과 암흑에 대한 공포를 안고 도전을 하고 있다.

시각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스포츠를 찾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하는 스포츠를 시각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는 특수학교 교장의 말이 떠오른다.

생각의 차이가 도전을 낳고 용기를 불러온다. 그리고 그 용기는 아직 이 사회 약자로 존재하는 이들에게 세상을 살아갈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그렇게 자신감을 가진 한 사람의 시각장애인으로서 이 계절 스키장을 찾아가고 싶다.

/박한욱 시민기자(혜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