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옥경제부장
   
 


정부가 지난 9일 북한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서해5도 주민을 위한 '서해5도 종합발전 기본구상'을 내놨다. 연평주민들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논란이 가열돼 온 중부고용노동청의 수원 이전방침을 백지화했다. 인천노동경제계의 저항이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약 5년 전엔 정부의 경제자유구역청 특별자치단체 전환추진으로 인천이 벌집을 쑤셔 놓은 양 들썩였다. 인천에서 내로라 하는 오피니언리더들이 송도갯벌타워에 모여 경제자유구역청 사수를 결의하는 등 거센 반발 끝에 정부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정부와 국회가 지난 2006년 지방자치단체로 넘겼던 소상공인지원센터가 이르면 올 상반기 다시 중소기업청으로 이양될 전망이다. 소상공인지원센터를 중앙정부로 넘기는 근거가 될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 개정안 발의엔 인천의 여야국회의원 2명도 서명했다. 하지만 이에 주목하고 지역 차원의 입장이나 대응책을 제시하는 곳은 아직 없다.
대한민국 3대 도시 인천은 난마처럼 뒤얽힌 현안들로 혼란스런 2011년을 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송도·청라·영종 3개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받았지만 그 핵심인 외자유치 실적은 답보상태다. 경제자유구역이 구도심을 포함한 인천 전체의 발전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어떤 유용한 도구가 돼 주고 긍정 작용할 것인지에 대한 합리적 설명과 설득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시민이 의외로 많다. 오히려 기존 도심의 양분을 빨아 누군가의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허탈감을 토로하는 시민도 적지 않다.
송영길 인천시장의 '경제수도 인천건설' 비전에 대해서도 "먹고 살기 막막한 터에 공허한 슬로건으로 느껴진다"며 손사래치는 시민도 있다. 어디 이 뿐인가.
국내 최초 입체복합도시로 꾸민다던 가정오거리 루원시티 조성사업은 부동산경기 침체에다 사업주체의 재정난이 겹치면서 표류하고 있다. 개항을 앞둔 경인아라뱃길 주변지역 개발권한의 중앙정부 독점, 경인고속도로 관리권 이관, 서울시·환경부와 벌이고 있는 수도권매립지 매립기간 연장 저지 싸움, 경제자유구역에서 해제된 영종도 미계획수립지 집단민원, 서울지하철7호선 청라지구 연장 요구, 청라~영종 제3연륙교 조기 착공, 인천도시철도2호선 적기 개통,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건립비용 국고보조 확충, 수인선 소래철교 보존 여부 문제에 이르기까지 수년간 해묵은 현안이 켜켜이 쌓여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현안에 대한 대응태도가 매우 수동적이라는 점이다. 사회적 이슈로 떠올라야 부랴부랴 성명을 내고 결의대회를 열고 중앙정부에 항의하는 소극적 대응이 그간 인천의 태도였다. 중앙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먼저 의제를 던지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이 문제를 극복하지 않고선 인천은, 앞으로 겪게 될 수많은 현안과 풀어야 할 과제 속에 파묻여 옴짝달싹 못하는 처지가 될는지 모른다.
묻고 싶다. 그동안 인천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인천발전연구원은 무얼 해 왔는가. 지역대학, 인천상공회의소, 여야 인천시당, 인천경영자총연합회, 한국노총 인천본부, 민주노총 인천본부 등의 정책부서는 또 뭘 해 왔는가.
21세기 도시발전은 네트워크 경쟁력에 달려 있다고 한다. 부산은 지난해말 지역발전 주체들의 역량을 결집해 지역발전 정책자문기구 구실을 수행할 '부산시발전협의회'를 창립했다. 인천도 몇해 전 지역혁신협의회를 설립·운영해 왔으나 지금은 존재감마저 없다. '인천과 국가의 발전'이란 큰 줄기를 세우되 갖가지 지역담론에 대해 올바른 추진방향과 해법을 모색해 제시하는 유관기관·단체간 상시 대화채널 구축이 절실하다. 지역발전에 득실이 되는 사안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지역 차원의 선제적 대응을 해 나갈 수 있는 지역역량의 네트워크화가 시급하다.
비행기의 항행안전을 위해 항공교통관제를 하는 관제탑(control tower)이 있어야 하듯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오로지 '인천'을 중심에 놓고 고민하고 정책을 조율하는 지역역량 클러스터 구축은 기자 만의 바람일까. 메아리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