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인 경기본사 사회부장
   
 


본격적인 졸업시즌을 맞아 온나라가 졸업식 얘기로 떠들썩하다. 하지만 매년 이맘때 치러지는 반복된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졸업식은 예년과 달리 경찰과 교육계가 졸업식 행사에 관여하면서 이색적인 풍경들이 연출되고 있다.
경기지역에선 맨 처음으로 8일 진행된 수원시 장안구 조원중학교 졸업식장. 당초 우려와 달리 이 학교 학생들은 일탈행위 대신 풍물놀이 등 특색있는 졸업식 이벤트로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후 진행된 대부분의 학교들 역시 특색있는 이벤트로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이번 졸업식을 두고 뒷얘기가 무성하다.
'알몸 뒷풀이' 등 일부학생들의 일탈행위가 지난해 큰 이슈가 되긴 했지만 이를 막으려는 경찰과 교육당국의 처벌기준이 지나치게 강경해 신성해야 할 졸업식을 망쳤다는 여론 때문이다. 경찰은 졸업시즌을 앞두고 폭력·선정적인 뒤풀이를 한 학생에 대해 주동자뿐 아니라 단순가담자도 형사 처벌할 방침을 밝혔다.
물론, 이같은 강경대응으로 현재까지 진행된 졸업식들은 별탈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러나 이 강경대응과 관련해 일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대여론도 상당하다. 인터넷 열린마당을 '알몸 졸업식 경찰단속'건으로 뜨겁게 달궜고 tvN '백지연의 끝장토론'은 이 문제를 주제로 찬반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견해가 다른 양측은 피해청소년의 고통과 사회적 충격을 고려할 때 관행처럼 되풀이 되는 알몸 졸업식 뒤풀이는 당연히 근절돼야 하며 이를 위해선 약해진 교권만으론 부족하다는 의견과 평생 한번 뿐인 졸업식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것은 인권을 무시한 행정이라는 견해가 팽팽히 맞섰다.
여하튼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주장할 수 있다는데 행복감을 느낀다. 정부정책에 반하는 의견일지라도 목소리를 낼수 있다는 그 자체에 말이다.
필자는 젊은 세대들의 문화로까지 불리는 알몸 뒷풀이로 인한 피해를 막아 보고자 심사숙고한 정부측 의견에 한표를 던지고 싶다. 서로다른 의견과 입장을 고수할 수 있는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는 만큼,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우선 졸업식에서의 폭력이라든지 원치 않는데 강요당하는 알몸 졸업식 같은 풍기문란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고려한다면 청소년의 문화를 바꿔 해결한다? 그것도 좋다. 하지만 덕치와 법치를 동시에 쓴다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덕으로 사람의 생각과 사회의 문화를 좋은쪽으로 변하게 하는 것이 근본이 되야 하겠지만 법이 없으면 덕도 한계에 봉착한다. 법이 있어야 이를 지키는 청소년이 있을 것이고 덕을 통한 가르침속에 생각을 전환,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청소년들도 있을 것이다. 덕으로만 청소년들이 변화할 수 있고 올바르게 행동할 것이란 판단은 편견이 아닐 듯싶다.
이와함께 경찰을 비롯한 정부 역시 강제적이라는 편견을 깨기위해 무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본다. 말로만 민·관이 아닌 생각의 전환을 통해 국민들 곁에 선다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얻으리라 판단한다. 덕으로 적립된 법이란 평가를 받는다면 경찰을 동원하든 덕으로 졸업식문화를 변화시키든 졸업식 폭력으로 인한 사회적 약자는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자기성찰을 통해 법없이도 살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라 생각된다.
법 없이도 사는 세상, 법 없이도 튼튼한 국가 안에서 산다면 진정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