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학교에 들어가는데 무슨 신원조회가 필요한가 말이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다 신원조회는 어디서 하느냐고 다시 물었다.

 『사회안전부(경찰서)에서 합네다. 신원조회를 위임받은 안전부에서는 해당자의 출신성분과 가정, 친척과 인척(인구가 졸업할 당시, 친족은 8촌, 처족은 6촌까지 했다)의 가정환경을 상세히 조사해서 성분이 양호한 사람부터 대학입학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줍네다. 보통 인문사회계열은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에 들어가는 직통생들이 많고 이공계열은 직장생활이나 군대생활을 마치고 들어오는 형님들이 많습네다. 기래서 북한의 대학은 만 17세에서 50세 이하의 연령층들이 두루 섞여 함께 공부합네다.』

 『그러면 북한에서는 대학입학시험을 언제 칩니까?』

 『북한은 해마다 신학기가 9월에 시작되기 때문에 대학입학시험은 7월에 칩네다.』

 학생들의 질문은 끝이 없었다. 담임선생은 6교시 종료 벨이 울리자 나머지 궁금한 점들은 시간을 두고 개인별로 물어보라고 일러준 뒤 수업을 끝마쳤다.

 인구는 그 이튿날 오후 정동준 계장과 같이 오기문 학생의 집을 방문했다. 오기문 학생의 아버지는 오래 전부터 기다렸다면서 반갑게 두 사람을 맞이했다.

 『저는 우리 아이를 통해 곽인구씨가 상문고등학교에 편입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우리 기문이하고 같은 반이 되었으며 사는 곳도 방배동인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글쎄 말입니다. 그날 명함을 받고도 진작 연락 드릴 수 없었던 점 널리 양해해 주십시오. 인구기 기자회견을 한다며 바삐 왔다갔다하다 명함을 분실해 그동안 연락 드릴 수 없었습니다.』

 정동준 계장은 그 동안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그가 인구와 같이 방문한 사연을 오경택씨에게 말했다.

 『인구는 북한에서 고등중학교 과정까지 마쳤지만 우리의 고3 학생들과 비교해 보면 영어와 국어에서 실력이 많이 떨어지고 또 국사나 세계사 같은 과목은 북한에서 배운 것을 전부 백지로 돌리고 새로 공부해야 될 입장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걱정되는 것은 대학에 들어가면 바로 외국의 기술서적과 부딪쳐야 하는데 인구의 영어실력은 북한에 있을 때 조금 배우긴 했지만 우리의 중학교 2∼3학년생 수준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며칠을 고민하다 오기문 학생을 인구의 영어 선생으로 초빙해 하루에 몇 시간씩이라도 개인지도를 받고 싶은데 아버님께서는 허락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 기거야 우리 기문이랑 같이 공부하면 되지 고향 까마구끼리 기걸 개지구 뭐이 그렇게 어려워하십니까. 염려 마시구 저랑 같이 약주나 한 잔 합시다. 야, 기영아! 엄마한테 날래 저녁상 들고 나오라고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