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여학생 더 빨리 찾았으면

▲ 신효근 소방사가 섬을 누비던 지난 2008년 여름. 당시 20살이던 한 여학생이 연평도를 찾았다. 그녀는 부모님의 이혼과 어려운 가정형편 등 많은 고민으로 죽음을 택하기 위해 연평도로 들어왔다.
다음날 아침 전화가 왔다. "한 여학생이 잤는데 아무리 두드려도 나오지 않아요."
신효근 대원이 출동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방 안 한켠에 놓인 공책엔 '죽고 싶다. 아빠 미안해요'라는 유서가 적혀 있었다.
그는 동네사람들과 함께 밤새 마을을 뒤지다 바닷가 근처 방파제 사이에서 그녀의 싸늘한 시신을 발견했다.
"아직도 눈물나죠. 제가 좀 더 일찍 찾았으면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미안한 마음 뿐이예요"라고 말했다.

'한겨울에 웬 텐트지' 했는데

▲ 같은 해 겨울. 배가 드나드는 선착장 근처에 텐트가 쳐 있었다. "뭐지?" 그는 낚시를 온 사람이려니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날 밤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70대 노인이 없어져 실종 신고가 들어 왔는데 위치추적을 하니 연평도라는 것.
그는 전화를 받자마자 선착장으로 달려갔다. "텐트… 이상하다 했어" 그는 숨이 턱에 차도록 달려 갔다.
한 겨울 추운 텐트 안에서 한 노인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누워있었다.
노인은 바람을 쐬러 연평도에 왔고 휴대전화 배터리가 나갈까 꺼뒀다고 했다.
"생각이 짧았죠. 바로 텐트를 확인했으면 가족이 애끓이는 일은 없었겠죠"라고 말했다.
"그 뒤로 섬에 오는 사람들을 일일이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제가 빤히 보더라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다른 곳은 어떨지 몰라도 연평도라서 생길 수 있는 일에 대비 하려는 것일 뿐입니다."
/연평도=조현미기자 ssenmi@itimes.co.kr